법정 탈주범 2명 서울-안산서 검거…"중국으로 밀항하려 했다"

  • 입력 2000년 2월 25일 19시 33분


24일 광주지법 법정에서 흉기로 교도관을 찌르고 달아난 탈주범 3명중 2명은 25일 오전 서울과 경기 안산시에서 경찰에 검거되고 한 명은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달아났다.

경찰은 25일 오전 7시20분경 서울 중구 을지로6가 평화시장에서 탈주범 노수관(魯洙官·38)씨를 검거하고 현장에서 달아난 정필호(鄭弼鎬·37)씨를 현상금 1000만원에 공개수배했다. 경찰은 또 이날 오전11시반경 경기 안산시 주택가에서 장현범(張鉉範·32)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달아난 정씨가 흉기를 준비해 탈주를 주도한 사실을 밝혀내고 그의 검거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서울 출현 및 검거▼

탈주범 노, 정씨는 25일 오전 7시 조금 넘어 서울 중구 을지로6가 평화시장 1층의 한 옷가게에 나타났다. 두 사람은 여기서 잠바와 회색 면바지 2벌, 운동화 2켤레를 구입한 뒤 갈아입으러 2층 화장실로 갔다.

이들을 수상히 여긴 점포주인 장모씨(38)가 112로 신고했고 출동한 을지로6가 파출소 직원 2명이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노씨를 발견, 검문하자 노씨는 불응한 채 청계천쪽으로 도주했다. 노씨는 500여m 도주하다 칼을 휘두르며 저항했지만 경찰관과 시장경비원 등이 합세, 격투 끝에 붙잡혔다. 그 동안 화장실 안에 있던 정씨는 경찰이 노씨를 쫓는 사이 빠져나와 달아났다. 한편 장씨는 이날 오전 11시25분경 경기 안산시 월피동 인근 광덕산 등산로입구에서 잠복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장씨는 광덕산에 숨어있다 내려와 애인에게 전화하기 위해 주택가의 공중전화를 찾다 자신의 친형과 함께 출동해 있던 경찰에 발각돼 붙잡혔다.

▼경찰 검찰 수사▼

경찰은 이날 달아난 정씨가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은평구 불광동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지방의 사찰이나 야산에 은신해 있겠다”고 말한 사실을 밝혀내고 경찰병력 4000여명을 동원해 서울근교의 사찰과 야산을 중심으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날 검거한 노씨와 장씨를 서울 중부서와 경기 안산서에서 간단히 조사한 뒤 광주지검으로 이첩했으며 광주지검은 이들을 상대로 탈주경위 등에 대해 밤샘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노씨가 “정씨는 탈주 당일 교도소에서 법정출두에 앞서 통과하는 엑스레이 검신대를 통과하지 않았다”고 진술함에 따라 교도관의 묵인 내지 공모여부를 조사중이다.

이에 앞서 장씨는 경찰에서 “안산에 도착해 일행들과 합류한 뒤 형제들의 도움을 받아 가까운 인천항을 통해 중국으로 탈출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탈주한 3명은 지난해 9월부터 두 달간 경기 일산 등지의 안마시술소 등을 돌며 5차례나 강도짓을 벌이다 정씨는 11월8일, 노씨와 장씨는 12월3일 검거돼 구속됐다.

<김상훈·이헌진기자·광주〓김권기자>corekim@donga.com

▼ 경찰 대응책 명암 ▼

경찰청은 24일 탈주범들이 도주한 지 1시간 만에 제주지방경찰청을 제외한 전국 경찰에 검문검색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전국의 고속도로 톨게이트와 휴게소 등 1377곳에 임시 검문소를 설치하고 25일 오전까지 6017명의 경찰을 투입, 검문검색을 실시했다.

그러나 25일 검거된 탈주범 노수관씨는 “서울까지 올라오면서 한차례도 검문받지 않았다”고 밝혀 경찰 검문검색 체계의 허점을 또 한번 드러냈다.

탈주 직후 광주를 벗어나 전북 순창 초입에 도착한 탈주범들이 경찰 검문현장을 발견하고 차를 버린 채 읍내로 걸어 들어갈 때나 오후 10시경부터 2시간 정도 전주톨게이트에 머물고 있을 때도 단 한차례의 검문도 받지 않았다. 또 탈주범들이 경기 성남시 죽전휴게소에서 40여분간 걸어 오리역에 도착할 때와 택시로 평화시장에 갈 때에는 아예 경찰은 눈에 띄지도 않았다.

더욱이 전주톨게이트에서 장현범씨와 헤어진 노씨와 정필호씨가 25일 오전 서울 평화시장에서 옷을 살 때까지도 여전히 황토색 죄수복 바지를 입고 있었음에도 경찰의 검문검색은 ‘눈뜬 장님’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같이 허술한 검문검색에도 불구하고 탈주범 2명을 사건발생 하루 만에 검거할 수 있었던 것은 일선 경찰이 신창원 탈주 때와 달리 신속하고 치밀하게 대응했기 때문.

2년여 동안 신창원 때문에 곤욕을 치렀던 경찰이 이번엔 신고접수 즉시 전국 경찰에 갑호비상령을 내리고 검문검색을 강화, 탈주범들의 도주행각을 위축시킨 것은 사실이다. 또 경기 안산에서 장씨를 검거할 때도 과거 허둥대다 놓쳐버린 신창원 때와 달리 먼저 장씨가 은신한 지역에 포위망을 구축하고 사복 경찰관들을 일반 승용차에 태워 장씨가 숨어 있는 곳에 접근시켜 사전에 눈치채지 못하도록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의 검문검색망이 뚫린 데 대해선 할말이 없지만 일선 경찰관들이 탈주범들을 신속하게 검거할 수 있었던 데에는 신창원 사건이 ‘반면교사’가 됐다”고 말했다.

<이현두·박윤철기자> ruchi@donga.com

▼ 도피경로 ▼

24일 오후 광주지법 201호 대기실에서 재판장의 호명에 따라 교도관 이동재씨(48)가 수갑을 푸는 순간 정필호씨가 그를 밀치며 흉기로 찌른 뒤 달아났다. 혼란을 틈타 노수관씨와 장현범씨도 뒤를 따랐다.

탈주범들은 광주지법 뒤쪽 담을 넘어 신호 대기중이던 카렌스 승합차를 탈취, 전북 순창쪽으로 가다가 검문소가 나오자 걸어서 순창읍내로 들어갔다. 여기서 다시 엘란트라 승용차를 훔쳐 전주로 향했다. 오후 7시경엔 장씨가 경기 고양시 일산의 형에게 전화를 걸어 “11시쯤 전주 고속버스터미널 부근에서 만나자”고 말했다.

약속장소에서 장씨의 두 형에게 탈주범들은 “서울로 데려가 달라”고 요구했다. “검문이 심해 모두 데리고는 못 간다”는 말에 노, 정씨는 “전라도만이라도 벗어나게 해달라”고 요구, 장씨 형의 차에 탔다. 25일 오전 1시경 논산 부근 양촌휴게소에서 장씨 형제는 두 사람에게 40만원씩 주고 내리게 한 뒤 동생만 태우고 서울로 향했다.

노, 정씨는 여기서 화물차 뒤칸에 몰래 올라타 죽전휴게소까지 왔고 여기서 노씨가 25일 새벽 인천의 형에게 전화를 걸어 “바깥에 형사들이 깔려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들은 분당까지 걸어가 여기서 전철을 타고 수서역에 내려 택시로 갈아탄 뒤 평화시장으로 갔다.

한편 장씨는 형들과 함께 안산까지 와 애인을 만나기 위해 내렸다. 장씨는 이때 둘째형의 휴대전화를 갖고 내렸다. 그 뒤 장씨의 두 형은 일산의 집에 도착해 잠복중이던 형사들에게 붙잡혔다.

형사들은 장씨의 두 형을 설득, 이들을 앞세워 장씨가 은신중인 안산의 광덕산 입구로 가 잠복했다. 이때 휴대전화 불통지역을 벗어나기 위해 산밑으로 내려온 장씨와 맞닥뜨려 격투 끝에 그를 검거할 수 있었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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