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봐야 성공한다" 서울대 '벤처기업' 이색강좌

  • 입력 2000년 2월 18일 19시 23분


‘부도를 잘 내는 게 성공의 교두보다.’

웬 뜬금없는 소리냐며 의아해할지 모르나 전문가들은 이 명제야말로 벤처기업에 꼭 들어맞는다고 강조해 왔다. 우리보다 먼저 벤처문화가 꽃핀 미국에서도 통상 성공할 때까지 2번 정도의 부도를 맞았다는 통계가 있는 마당에 우리나라 벤처기업가들은 너무 위기상황에 대한 대비와 훈련이 안되어 있다는 것. 이와 관련해 서울대 경영대는 이르면 올 1학기부터 ‘벤처기업의 탄생에서 죽음까지’ 모든 것을 해부하는 3학점짜리 학부 정규강좌를 개설키로최근 결정, 대학본부측에 강좌신설을 요청키로 했다.

경영대 윤계섭(尹桂燮)학장은 “기업이 부도위기에 처하면 재무제표상에 지급이자나 단기채무가 갑자기 느는 등 예고징후가 나타나며 부도 뒤에도 법정관리 화의 등 자기기업에 맞는 대응책을 고를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국내 벤처들은 창업에만 신경쓸 뿐 사업관리도, ‘망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거의 무관심해 강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 이번 강의를 서울대 공대 교수들과 팀을 이뤄 진행할 수 있도록 두 단과대 간에 협의에 나섰다. 기술과 경영이 제대로 결합해야만 성공 확률이 높다는 건 이미 외국에서 실증된 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내 대학에서 벤처기업과 관련된 정규 강좌를 여는 건 드문 일. 하지만 이미 미국 등지에서는 대학과 벤처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실리콘밸리 등 최첨단 벤처요람을 만들어내고 있다. 경영대는 이와 함께 기금을 마련, 올 하반기에 미국 MIT대나 하버드대가 매년 여는 것처럼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전국 벤처경진대회’를 열어 최우수자에게 상당액의 창업기금을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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