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촬영 초기에 나는 직접 운전을 했다. 영화사가 서울 강남에 있었기 때문에 서울 종로구 안국동 부근에 살았던 나는 한강다리를 넘는 것이 최대의 관건이었다. 촬영시간에 늦을까봐 늘 조바심이 났다.
특히 심각한 것은 어딜가나 부닥치게 되는 주차난. 주차장이 모자라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차를 주차선에 맞게 세우지 않아 10대를 세울 수 있는 공간에 7, 8대 밖에 세울 수 없는 상황일 때는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주차선을 지키는 에티켓에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서로가 좋을텐데….
이런 저런 궁리 끝에 발견한 선택은 버스카드와 지하철 정액권을 이용해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총 4만원 어치의 두 카드는 촬영기간 동안 내내 차가 막혀 조바심을 낼 필요가 전혀 없게 만들었다.
결국 나는 자랑스럽게 대중교통 예찬론자가 되었다. 요즘도 이따금씩 운전을 하지만 나의 지갑 한 쪽을 채우고 있는 2개의 카드야말로 바쁠 때 나를 도와주는 ‘보물’이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나를 알아보는 팬들에게 해주는 사인의 맛은 정말 달콤하다. 가끔 의아하게 던지는 팬들의 질문.
“그런데, 왜 자가용 안타세요?”
그러면 나는 여유있게 웃으며 대답한다.
“시간 벌고, 팬 여러분 만나고, 이렇게 좋은 배우생활이 또 어디 있겠어요?”
김윤진(영화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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