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강제구인' 격렬 공방…상대방 총재 겨냥 비난

  • 입력 2000년 2월 13일 19시 34분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 강제구인을 둘러싸고 여야가 13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서로 격렬히 비난해 총선정국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평생을 법관으로 봉직했고 입만 열만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분이 총재로 있는 한나라당이 법관이 서명한 영장을 휴지조각처럼 만들고 있다”고 비난하고 “한나라당은 하루빨리 이성을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 민주당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나라의 법의 권위와 정의를 세우기 위해 정치에 입문한다고 했던 이총재가 법의 권위와 형평성을 이렇게 짓밟아도 되느냐”고 반문하고 “이총재와 한나라당은 법치주의를 유린하는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중앙당사에서 농성 중인 정형근의원은 이날 “김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수행할 능력과 자질이 없다”면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은 좌익광풍의 시대로 우리 헌정사 중 최대의 암흑시대”라며 ‘색깔론’을 제기했다.

정의원은 또 ‘김정일(金正日)은 분별력 있는 지도자’라는 김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김정일의 만행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김대통령이 이성을 잃었거나 좌익분자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정의원의 이 같은 비난에 대해 청와대와 민주당은 대응할 가치가 없다며 공식논평을 내지 않았다. 정동영대변인은 “제 정신이 아닌 사람이 한 얘기에 대해 일일이 대꾸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정의원의 발언을 문제삼을 경우 한나라당과 정의원의 전략에 말려든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즉각 문제삼지는 않기로 하고 정의원 구인을 시도하되 정의원이 계속 불응할 경우 15일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 체포동의서를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정의원 체포를 강력 저지하는 한편 검찰의 수사가 편파 표적사정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총선을 ‘DJ 대 반(反)DJ 구도’로 몰아간다는 방침이다.

<김차수 양기대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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