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종말론 사기라니"… 천존회신도 피해 100억대

  • 입력 2000년 2월 11일 23시 41분


새 천년을 맞아서도 종말론에 빠져 전재산을 빼앗기고 가정까지 망치는 어처구니없는 피해가 여전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지난달 말 교주가 구속된 신흥종교단체 천존회의 대출헌금 사기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강력부(부장검사 문효남·文孝男)가 11일 밝힌 피해 규모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천존회의 주요신도 60명이 헌납한 재산은 파악된 것만도 100억원대. 공무원 경찰 은행원 교사 등이 정상적 사회생활을 포기하도록 만든 천존회의 메시지는 의외로 간단했다. ‘음력 2000년 1월15일(양력 2월19일) 땅과 바다가 뒤바뀌는 천재지변이 닥친다’는 종말론을 현실로 받아들였던 것.

중앙부처 사무관 양모씨(47)는 전국 40여개 금융기관에서 58차례에 걸쳐 3억여원을 대출받아 헌금했고 다른 신도들의 보증까지 서다가 월급을 가압류 당하기에 이르렀다.

경기 성남시의 한 파출소장 최모씨(42)는 동료신도 101명이 22억40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보증 섰다가 경찰을 떠났고 결국 사기혐의로 구속됐다.

빗나간 종말론은 대기업 계열사 부장을 파멸시키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93년 임모씨(당시 36세)는 종말론에 현혹된 나머지 현금 7000만원과 집까지 헌납한 뒤 전셋집을 전전하다 아무 일도 없자 허탈감을 못이겨 투신자살했다.

이렇게 패가망신이 확인된 경우만도 공무원 30여명, 교사 10여명, 은행원 10여명 등. 이들 중 상당수는 12일 구속기소되는 교주 모행룡(牟行龍)씨 부부의 핵심신도인 ‘명예제자’로 대출사기 등에 연루돼 직장까지 포기했다.

검찰관계자는 “상당수 신도는 수사과정에서 여전히 모씨가 지목한 19일 종말이 올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며 혀를 찼다.

그러나 이런 맹신을 틈타 모씨 부부는 고급 모피코트 수억원어치를 사들이는 등 사치를 일삼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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