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리 텍사스'미로' 밝혀져…장판밑 비밀통로 드러나

  • 입력 2000년 2월 7일 19시 48분


매캐한 먼지와 칠흑같은 지하통로.‘미아리 텍사스’에는 ‘그들만의 미로’가 있었다.

7일 오후2시 서울 종암경찰서 김강자(金康子)서장과 100여명의 방범순찰대원들이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88번지 속칭 ‘미아리 텍사스’ 윤락가를 급습했다. 비밀통로를 찾기위해서였다.

김서장은 부임직후인 지난달 21일 업주들에게 비밀통로를 봉쇄하지 않을 경우 미성년자를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업주들이 김서장의 경고를 100% 수용할 것으론 보지 않았다. 예상대로였다.

첫번째 단속대상 업소인 ‘꿈의 궁전’. 각 방에 설치된 비밀통로 입구를 모두 합판으로 막고 못질까지 해 경고를 받아들인 듯 보였다.

하지만 응접실의 커튼 뒤에서 한쪽 벽면을 전부 차지하고 있는 높이 3m의 대형거울이 어딘가 수상했다. 단속경찰이 거울을 밀자 거울은 ‘스르륵’ 하며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움직였고 그 뒤로 드레스와 여자 속옷 등이 여기저기 널브러진 작은 방과 옆 업소로 연결된 좁은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근의 업소 ‘스타일’도 마찬가지. 손님을 접대하는 2평 남짓한 작은 방에서 노란 바닥장판을 뜯어내자 가로 세로 1m가량의 통로 입구가 발견됐다.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자 이 통로는 다시 높이 50㎝가량의 ‘굴’과 연결됐고 ‘낮은 포복’으로 10여m 기어나가자 폭 1m정도의 좁은 골목이 나타났다. 이 골목에 난 쪽문을 밀자 옆 업소인 ‘클로버’ 내부였다.

미성년자 접대부들은 경찰 단속 때 바로 이 통로를 타고 외부로 ‘탈출’해 왔던 것. 지하통로는 모두 칠흑같이 어둡고 좁아 일반인들은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지만 접대부들은 단속이 시작되면 2분 이내에 모두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로 통로이용에 익숙하다는 게 경찰관계자의 설명.

업소 클로버에도 신발장으로 감춰진 비상문을 통해 옆건물 미용실과 연결된 통로를 갖추고 있어 접대부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2차, 3차의 대피로가 모두 갖춰져 있었던 셈.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열리는 철문을 설치한 한 업주는 “문을 열라”는 단속 경찰관의 요구에도 “비밀번호를 모른다”며 발뺌하는 배짱을 보이기도 했다. 김서장은 철문 열기를 거부한 이 업소에 즉각 경찰관을 고정 배치했다. 단속을 마친 김서장은 “업주들이 깊이 숨겨진 비밀통로를 경찰이 찾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폐쇄하지 않은 것 같다”며 “적발된 업소는 모두 건축법 위반으로 입건하고 경찰관을 고정배치해 미성년자 윤락을 뿌리뽑겠다”고 밝혔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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