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용-장태완씨, 12·12 법정싸움 끝내… 20년 만에 화해

  • 입력 2000년 2월 2일 19시 10분


79년 12·12 군사 쿠데타 당시 ‘총부리’를 겨눴던 정호용(鄭鎬溶·당시 특전사령관) 장태완(張泰玩·당시 수경사령관) 두 장군이 법정에서 20년 만에 화해의 악수를 했다.

대표적인 ‘무골형’ 장군으로 12·12 이후 전혀 ‘다른 길’을 걸었던 두 사람의 감정싸움이 시작된 것은 97년 6월. 장씨가 회장으로 있는 재향군인회가 ‘12·12 그리고 5·18 실록’이라는 책자를 펴내면서부터.

당시 내란음모 혐의로 수감중이던 정씨는 “나를 두 번 죽이려 한다”며 발끈했다. 정씨는 즉시 교도소로 변호사를 불러 “5·18 당시 특전사령관이었던 내가 광주지역 공수여단에 자위권 발동을 지시했다는 등 허위내용을 실었다”며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그후 2년2개월여 동안 8차례의 변론 및 조정기일이 잡히는 지루한 법정싸움이 이어졌다.

재판부도 “결코 돈 때문이 아닌 자존심 다툼”이라며 화해를 유도했지만 깊게 팬 감정의 골은 쉽사리 메워지지 않았다.

법원은 지난해 1월 “쟁점이 된 6곳을 삭제하지 않으면 책자를 배포할 수 없다”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지만 끝내 결렬됐다. 정씨는 “6곳 외에도 고쳐야 할 것이 더 있다”고 고개를 가로저었고 장씨는 “학자들과 장군들의 감수까지 마친 책인데 무슨 잘못이 있느냐”며 맞섰던 것.

결국 장씨는 두 사람의 합의에 따라 지난해 말 이미 책자가 배포된 공공기관에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고 일간지 등에 공고했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판사 하광호·河光鎬)는 2일 “두 사람의 변호사들이 재판부에 이 같은 내용의 합의문을 제출해와 조정성립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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