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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월 30일 19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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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대학은 고교별 학력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학생부 평가(내신평가) 방식으로는 우수한 신입생을 선발하기 힘들다고 보고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과 학생부, 해당대학에 입학한 고교 출신자 수와 이들의 대학 성적 등을 종합적으로 연계해 평가하는 방안을 개발중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는 A고교의 학생부 성적 3등급인 학생이 B고교의 학생부 성적 1등급인 학생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같은 등급화는 각 대학이 독자적인 기준으로 실시한다는 점에서 전국 차원의 고교 서열화와는 개념이 다르다. 서울대가 C고교를 하위 등급으로 평가하더라도 고려대나 연세대가 이 고교를 상위 등급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올해 신설키로 한 입시 상설기구에서 고교 등급화에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팀을 구성해 고교 등급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서울대의 ‘2002학년도 연구팀’도 고교별 등급화에 관한 미국 등 외국의 사례와 운영방식을 꾸준히 수집해 왔으며 98년말 한 사설입시기관이 전국 고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능시험 모의고사 결과를 입수해 분석하기도 했다. 서울대는 또 수년간 학생부와 대학에서의 학업 성취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왔다.
서울대의 한 관계자는 “외국은 대부분 고교 등급화를 실시 중이어서 우리도 제대로 된 시행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여론을 의식해 시행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으나 과감히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올 하반기에 고교별 등급화 시행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와 고려대도 고교별 등급화와 관련된 전형방법을 연구중이다. 연세대는 2002학년도부터 수시모집과 특별전형이 확대됨에 따라 고교에서 제출한 학생부와 추천서 등을 평가해 고교별 특성을 전형에 반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앞서 연세대는 이미 1999학년도부터, 고려대도 2000학년도 고교장 추천 전형에 한해 제한적으로 지난 3∼5년간 수험생 출신고의 졸업생 가운데 해당대학에 진학한 숫자와 이들의 고교 학생부 성적 및 대학입학 이후의 수학능력 등을 분석해 전형에 반영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고려대 김성인 입학관리실장은 이와 관련,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고교간 학력차이가 매우 커 내신성적을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해 적용한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고교장 추천제뿐만 아니라 내신을 반영하는 모든 전형에 이 기준을 좀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실장은 이와 관련, “전국의 2000여개 고교 가운데 지난 3년간 우리 학교에 합격자를 배출한 고교는 800여개 정도이며 나머지 학교에 대해서는 별도의 판단기준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아주대도 지난 5년간 재학생의 수능점수 학생부성적 대학성적 등에 관한 자료를 모아 이들 요소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작업을 1억원에 용역의뢰했다.
아주대 관계자는 “2002학년도 입시부터 고교별 등급화를 실시하기 위해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수험생이 본인 아닌 출신고 선배의 학업 성취도에 따라 평가받는다는 점이 논란을 빚을 수 있어 각 대학은 이 고교별 등급화 방안을 지금까지 비공개로 추진해 왔다.
▼교육부 "대학자율" 긍정 반응▼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고교간 학력 차이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대학이 고교별 특성을 반영해 여러 가지 전형요소를 활용하는 것은 대학의 자율에 관한 사항"이라고 말해 대학의 고교별 등급화를 인정할 방침임을 밝혔다.
<하준우·이헌진기자>ha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