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전향 장기수' 양희철씨, 30세 연하 약사와 결혼

  • 입력 2000년 1월 16일 20시 03분


“옥동자를 하루 빨리 출산해 통일꾼으로 키워달라.”

지난해 3·1절 특사로 36년의 수감생활 끝에 풀려난 비전향 장기수 양희철씨(65)와 서른살 연하의 처녀약사 김용심씨(35)의 16일 낮 결혼식에서 전국연합 오종렬 상임의장은 이렇게 축사를 했다.

결혼식장인 270석 규모의 서울 관악구청 구민회관 강당은 가족 친지 민가협회원 등 하객 500여명으로 꽉찼고 최장기 비전향 장기수였던 김선명(73) 우용각씨(72) 등 동료 장기수 60여명이 전국 각지에서 참석했다. 이날 결혼식은 약식 전통혼례로 치러져 신랑은 검은색 두루마기, 신부는 분홍색 한복 치마 저고리를 차려 입었다.

신랑과 함께 10년간 옥고를 치른 인연으로 이날 사회를 맡은 권낙기씨(54)는 “이날 결혼이 단순히 두 사람의 결혼이 아니라 민족통일을 염원하는 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랑 신부가 함께 행진할 때는 모든 하객이 일어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불러 앞날을 축복했다.

신랑 양씨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떳떳하게 살아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 사람은 양씨가 수감생활중 익힌 한의학을 바탕으로 출소 뒤 운영하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 ‘우리 탕제원’ 근처 다세대주택 단칸방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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