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공천부적격' 고심하는 검찰]

  • 입력 2000년 1월 12일 20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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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의 공천 부적격자 명단 공개에 대해 검찰이 선거법에 위배되는지 법률 검토에 들어갔으나 본격 수사착수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시민단체의 명단 공개가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행위에 해당되지만 국민의 알권리 및 참정권 보장에는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가 총선 후보자들에 대한 공천배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낙선운동이라는 보다 ‘공세적인 방법’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되자 검찰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또 경기 안양시민 김규봉(金圭奉)씨가 11일 이석연(李石淵)경실련사무총장을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 혐의로 대검에 고발한 뒤 앞으로도 고소 고발이 잇따를 것으로 보여 사법적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검찰내부에 높아지고 있다.

검찰은 우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대응을 지켜보고 적당한 시점에 시민단체의 명단 공개에 대한 법률검토 결과와 구체적인 사법처리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검 공안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시민단체의 행위가 공익을 위한 정보제공 차원의 사실공표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많으나 앞으로 낙선운동을 펼치는 등 사전선거운동이 직접 가시화할 경우 의법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검찰이 중점적으로 검토하는 대상은 공직선거법 251조의 후보자비방 여부와 254조 선거운동기간위반 여부이다.

이 규정들은 다소 모호하다. 251조의 경우 ‘당선되게 하거나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 등을 비방’하는 행위를 위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명단 공개가 어떤 경우에 후보자 비방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

검찰이 가장 중시하는 부분은 특정 후보와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그 후보의 상대를 낙선시킬 목적을 지닌 시민단체의 명단 공개행위다.

검찰관계자는 “특히 지방 군소도시에서 급조된 단체가 시민단체의 이름으로 상대 후보를 비방할 경우 공직선거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각종 직능 단체와 같은 이익 단체가 총선 후보자들을 내고 상대 후보를 비방할 경우도 후보자 비방에 해당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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