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女관광객 한때 억류…정부 늑장공개 은폐의혹

  • 입력 2000년 1월 6일 19시 39분


금강산 관광에 나섰던 한순복씨(38·여·전북 전주시 완산구)가 4일 북한체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약 9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북한측에 ‘사죄문’을 쓴 뒤 풀려났다. 한씨는 이 과정에서 “북한측 인원을 포섭공작하려고 했던 점을 인정하라”는 북한측 요구를 거부, 귀환시간이 늦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현대사업의 감독부서인 통일부는 사건이 완료된 5일까지도 이같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은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통일부는 6일 “한씨가 4일 북한체제를 비난했다는 이유로 제시간에 복귀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즉시 현대와 북한간 임시조정위원회가 개최돼 원만하게 해결됐기 때문에 공개할 만한 내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씨는 이날 오후 3시쯤 만물상 관광을 마치고 하산하면서 북측의 환경감시원에게 반입금지품인 휴대전화를 보여주며 “남한이 북한보다 잘산다. 북한이 남한보다 못사는 것은 김일성 김정일이 정치를 잘 못했기 때문”이라며 “원한다면 당신을 남쪽으로 초청하겠다”고 말했다는 것.

한씨는 이날 오후 11시쯤 “호칭문제가 잘못됐다. 휴대전화는 모르고 가져왔으며 북측 관리원을 유혹한 것은 아니지만 오해가 있으면 사죄하겠다”는 사죄문을 제출한 뒤 귀환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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