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박주선씨 동시소환]수사초점-사법처리

  • 입력 1999년 12월 3일 23시 18분


‘국민의 정부’ 사정(司正)기관의 최고 실세였던 김태정(金泰政)전법무장관과 박주선(朴柱宣)전대통령법무비서관이 3일 ‘친정’인 대검청사에 소환됐다.

검찰의 전격적인 ‘동시소환’은 보고서유출 사건수사가 속전속결쪽으로 방향이 잡혔음을 의미하며 신속한 종결로 여론의 부담을 벗고 검찰조직의 피해도 최소화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김전장관은 파업유도 사건으로 국회청문회와 서울지검, 파업유도 특검 등에 불려간 것까지 합하면 다섯번째 소환조사.

그가 이처럼 수난을 겪는 이유는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들은 “이번 조사는 김전장관과 검찰 조직 모두에 마지막 기회”라며 “김전장관이 진실을 털어놔 20세기가 다 가기 전에 사건이 마무리되길 기대한다”고 말하고 있다.

★수사 초점

가장 먼저 조사가 이뤄진 부분은 사직동팀 최종 보고서의 유출 경위. 김전장관과 박전비서관은 이미 알려진 사실관계, 즉 박전비서관―김전장관―신동아그룹박시언(朴時彦)전부회장의 전달경로를 모두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의 조작시비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 검찰은 과학수사과의 문서검증을 통해 박전부회장이 공개한 문건에 ‘최순영(崔淳永)회장 구속건의’ 부분이 누락된 경위에 대해서도 확인을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배정숙(裵貞淑)씨측이 공개한 최초보고서 추정 문건의 작성 및 전달경위와 관련해 검찰은 사직동팀의 정모경감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중요한’ 물증을 확보했으며 이를 토대로 김전장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전장관이 제기한 최순영회장 외화밀반출 사건 수사의 ‘외압설’도 조사했다. 이 부분은 신동아그룹의 이른바 ‘전방위로비설’과 직결되는 부분. 김전장관은 “지금은 말할 단계가 아니다”며 답변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전장관과 박전부회장의 개인적인 ‘유착관계’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

★어떤 처벌받나

검찰은 김전장관과 박전비서관이 대통령에게 보고된 극비문건을 유출한 행위가 형법 127조(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김전장관이 박전비서관에게 문건을 달라고 강요했을 경우 직권남용 혐의를 생각해볼 수 있지만 환란책임문제와 관련해 강경식(姜慶植)전부총리와 김인호(金仁浩)전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에 대해 무죄판결이 난 전례가 있어 신중한 입장.

검찰은 사법처리 수위를 놓고 상당히 고민했다는 후문. 김전장관에 대해서는 구속방침을 일찍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박전비서관에 대해서는 검찰내부에 동정론이 많아 고심을 거듭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이종왕(李鍾旺)수사기획관은 “문건유출의 ‘뿌리’가 중요하다”고 말해 사법처리가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파장

조사과정에서 이미 알려진 사실 외에 추가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가능성이 많다. 특히 과학수사과의 문건 검증과 사직동팀 압수수색과정에서 문건조작 시비 및 최초보고서와 관련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경우 또 다른 은폐 축소 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 ‘외압설’에 대해 김전장관이 ‘진실’을 털어놓을 경우 정치권에 큰 파문이 일 수도 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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