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도 고엽제 피해" DMZ주민 피부병등 잇단 주장

  • 입력 1999년 11월 21일 18시 36분


68년 당시 휴전선에서 군복무를 했던 사람들의 고엽제 피해신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비무장지대 인근 주민들도 고엽제 후유증으로 추정되는 피부병을 앓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민통선 북방지역인 강원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 주민들은 21일 비무장지대에 고엽제가 뿌려진 68년 이후 철책에서 불과 1㎞ 떨어진 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상당수 주민들이 병명을 알 수 없는 피부병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 김영기씨(65·김화읍 생창리)는 “70년 이후 철책선 인근에서 농사를 지어왔는데 15년 전부터 손과 발 등에 붉은 반점이 생기고 가려음증이 심해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같은 마을 이능구씨(64)도 “각종 피부병에다 뼈마디가 쑤시는 증세가 심해 일을 못하고 집에서 쉬는 날이 많을 정도”라며 “우리 마을에 이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주민이 2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이들 주민은 손과 발,허벅지 머리 등에 좁쌀이나 팥알 크기의 반점과 수포가 생기고 극심한 가려움증이 계속되는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길게는 약 30년 동안 병명도 모른 채 고통받아 왔는데 최근 휴전선 고엽제 살포 뉴스를 보고 고엽제 후유증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정부가 철저한 진상조사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충남 천안시 직산면 이모씨(40·상업)는 한국고엽제상의자회 ‘고엽제피해신고센터’에 전화를 걸어 “고엽제 때문에 피해를 보았으며 자녀들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68년경 비무장지대인 강원 철원에서 아버지와 함께 살 때 군인들이 밀가루처럼 보이는 흰색가루를 발에 발라 준 뒤부터 온 몸에 반점이 생기는 등 합병증에 시달려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당시 군인들이 마을에 내려와 ‘발에 바르면 시원하다’며 가루를 발라 주었으며 이후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 2명도 같은 증세로 고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고엽제상의자회 장을기(張乙基·53)회장은 “이씨의 현재 증상으로 볼 때 고엽제 후유증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고엽제피해신고센터에는 21일 현재 모두 80여건의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춘천=최창순·대전 이기진기자>cs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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