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문건 수사]문일현기자 왜 파일 지웠을까?

  • 입력 1999년 11월 14일 19시 57분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는 노트북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조사결과 문기자는 노트북의 하드디스크를 바꿔치기한 데 이어 중국 베이징(北京)에 비밀리에 보관하고 있던 하드디스크 원본까지 거의 완벽하게 지워버렸다.

이 때문에 검찰은 컴퓨터 파일 복구에 관한 한 국내 최고의 전문가까지 동원해 두차례 복구를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검찰은 “통상 하드디스크의 원(原)파일에 ‘덧씌우기’를 하게 되면 원파일 위에 겹쳐지는 다른 파일이 정확히 맞지않아 제외된 일부분이 남아 있다”고 기대감을 비쳐왔다.

그러나 문기자는 원파일에 다른 파일을 완벽하게 맞춰서 덧씌웠고 이런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함으로써 흐릿하게 남아있는 일부 흔적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하드디스크에 관한 한 ‘완전범죄’에 성공한 셈이다.

그러면 문기자는 왜 그렇게 필사적으로 하드디스크의 정체를 감추려 한 것일까.

일부에서는 ‘언론공작’의 실체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서 ‘전면적인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기자와 검찰은 이를 부인한다. 문기자는 “외부에 공개되기에는 ‘부적절한’ 내용이 있어 노트북을 회사에 반납하기 전에 하드디스크를 바꿨고 바꾼 원본도 지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문기자가 하드디스크 원본을 없애려 한 이유는 ‘말못할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정상명(鄭相明)서울지검 2차장은 브리핑 도중 “만일 기자단에서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 약속)를 해주면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단에서는 “브리핑 자리에는 기자 외에 다른 사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문기자의 ‘개인적인 사정’은 영원히 베일에 가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최근 문기자와 접촉했던 한 인사는 “문기자는 중국에서 취재하고 연수를 받는 동안 수많은 정보를 메모했고 그것을 노트북에 저장해 놓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보 및 취재원 보호의 필요성을 느낀 문기자가 필사적으로 하드디스크 파일을 지웠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이 인사는 또 “문기자의 파일이 공개되면 중국에 있는 다른 언론사 기자들에게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검찰도 이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검찰 고위간부는 “문기자가 하드디스크 파일을 숨기려 한 이유가 공개되면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언론문건의 본질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에 굳이 밝힐 이유가 없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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