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黨후원금 ARS전화 사찰 의혹"

  • 입력 1999년 10월 15일 18시 45분


한나라당 지도부는 15일 ‘자동응답장치(ARS) 후원금 전화 사찰’이라는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어제 한국전기통신공사 부산본부 국감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ARS 전화는 통화기록이 그대로 노출된다고 한다. 우리 당 후원금 ARS 전화도 누가 전화했는지 리스트만 뽑아보면 나온다고 한다. 이는 별도의 영장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모금 방식 재검토를 지시했다.

회의가 끝난 뒤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도 “여당 쪽 사람들이 전화 건 사람 명단을 빼낼 수 있는데 가만 있을 사람들이냐. 실제로 명단이 빼내지고 있다는 게 총재의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한나라당이 ARS 후원금 전화(700―2021)를 개설한 것은 지난해 9월. 한 통화에 후원금이 3000원이었으나 지난달 8일부터 한 통화에 1만원으로 올렸다.

후원금을 올린 뒤 한달여 간 당에 입금된 돈이 1500만원 가량이라는 것.

한나라당은 최근 당보인 ‘민주저널’과 일간지 등에 후원금 모집 광고를 내면서 “야당 후원자에 대한 불법 계좌추적으로 여당의 야당 말살 기도가 노골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때에 후원자를 보호하고 야당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전화자동납부시스템”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이총재 주장대로라면 ARS 전화도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셈. 실제 한나라당에는 “후원금 전화를 걸었는데 익명성이 보장되느냐”는 문의 전화가 적지 않게 왔다는 것.

당 관계자는 “후원금 청구가 전화요금 고지서에 함께 나가기 때문에 한국통신측에서 알려고 하면 노출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통신관계자는 “ARS 전화를 통해 납부되는 후원금이나 기부금을 낸 사람 명단을 파악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한 일”이라면서 “그러나 관계기관으로부터 한나라당 후원금 전화의 명단을 요구받은 일이 없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에서도 “처음 듣는 얘기”라는 반응을 보였고 국민회의측은 “야당 총재가 뚱딴지같은 소리를 다 한다”고 일축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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