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벌레"항의한 일본인에 "나가라"큰소리

  • 입력 1999년 10월 8일 19시 29분


“손님 하나쯤이야 하는 못된 버릇은 반드시 고쳐져야 합니다.”

한국에서 8년째 살아온 일본인 야스다 나오미(安田直美·26·여·무역업)는 최근 한국의 한 외식업체에서 당한 불쾌한 경험을 잊을 수가 없다.

야스다는 6월 한국인 친구와 함께 미국계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인 B 서울 강남점에 식사를 하러 갔다.

두사람은 종업원이 추천한 케이준 샐러드가 나와 포크를 들었다가 샐러드 속에서 흰색 벌레가 꿈틀거리는 것을 보고 구역질을 간신히 참았다.

“어머 이게 뭐야.”

불려온 종업원은 처음에는 ‘어어’하고 당황하더니 곧 정색을 하고 “야채가 신선해서 나온 것일 뿐”이라고 둘러댔다. 그는 이어 태연히 음식을 바꿔 먹을 것인지 아니면 그냥 다른 곳으로 갈 것인지를 양자택일 하라는 투로 말했다.

일본에서라면 당장 지배인과 주방장이 달려와 큰 절로 사과하고 손님이 원하는 식당으로 안내해 식비까지 계산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야스다로서는 어이없는 반응이었다. 한국인 친구는 옆구리를 툭툭치면서 그냥 가자고 했지만 야스다는 참을 수 없었다.

증거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식당에서 고객들에게 서비스하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뺏다시피 해 사진을 찍었지만 식당측은 야스다의 연락처나 이름도 묻지 않은 채 떠나 줄 것을 요구했다.

며칠후 항의전화를 받고 야스다와 직접 만난 지점장은 무료이용권 몇장을 건네며 “앞으로 개선해 나갈테니 계속 지켜봐달라”며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 야스다는 “그렇다면 서비스 개선상태를 계속 지켜보게 모니터요원을 시켜달라”고 요구했고 “평생 모니터요원도 있으니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며칠후 우편으로 배달돼 온 것은 외부에 모니터요원을 위탁해놓았다는 짤막한 설명과 함께 10% 할인카드가 전부였다.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다 끝난 일 갖고 왜 계속 귀찮게 구느냐는 겁니다. 결국 개선상태를 지켜봐달라는 말은 겉치레 인사에 불과했던 겁니다.”

이에 대해 B 강남점 측은 “우리측의 잘못에 대해선 이미 수차례 사과했다”면서 “더이상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스다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말로는 손님을 최우선시한다면서 정작 일이 터지면 ‘진심어린 사과’ 없이 묵살하는 풍토는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서라도 바로잡겠습니다.”

91년 외할머니의 나라인 한국으로 어학연수 왔다가 정많은 한국사람들이 좋아 눌러 살게 된 야스다가 한국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굳힌 결심이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