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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9월 9일 19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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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동의보감에도 허준의 스승인 유의태가 죽으면서 “내 시체를 해부하라”는 대목이 나온다. 인체를 중시하는 동양의 풍습으로 보아 유의태의 그같은 부탁은 정말 소설에나 나올 만한 가공된 얘기라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 그러나 그 대목은 의사에게 인체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요즈음 우리 대학에서는 그런 시신이 모자라 해부학 실습을 받는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다.
▽장기 부족도 마찬가지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현재 사후 장기기증을 약속한 사람이 13만여명. 기증자 직업으로는 가정주부가 전체의 26.2%, 회사원 21%, 성직자 15.7%의 순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매년 약 1000만달러(약 120억원)의 외화를 지출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때문에 몰래 장기를 사고 파는 불법행위도 적지 않게 적발되고 있다.
▽이런 때 젊은 의사들 400명이 자신의 몸과 장기를 기꺼이 기증하겠다는 서약을 했다고 한다. 그중 일부는 사후 자신의 몸을 해부 실습용으로 내놓겠다는 것이다. 그들은 아직 건강한 젊은 세대이다. 몸과 장기를 그처럼 선뜻 기증하겠다고 결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해부실습도 수없이 해 본 사람들이다. 자신의 몸 역시 그런 실습용으로 바치겠다는 용기가 대단하다. 그들의 기증서약은 신선하고 아름답다.
남찬순〈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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