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파동 다시 오나?…수도권 아파트 가파른 상승세

  • 입력 1999년 8월 22일 19시 00분


또 ‘전세대란’이 오는가. 서울 등 수도권의 아파트 전세금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올해 초부터 꿈틀대기 시작한 아파트 전세금은 여름철 비수기에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이상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96년에 이어 또 ‘전세파동’이 우려된다고 말할 정도로 최근 전세금 오름폭이 가파르다.

▼실태▼

21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전세를 구하러 온 주부 김모씨(35)는 인근 현대아파트 32평형 전세금이 1억6000만원이란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불과 석달 전에 친구는 1억3000만원을 주고 같은 아파트에 전세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세로 나온 물건은 하나밖에 없었다.

서울 양천구 목동 9,10단지 38평형도 올해 초 1억3000만원이던 전세금이 지금은 1억6000만원을 웃돌고 있다. 서울 구로구 영등포구 강서구 등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 2,3개월 전에 비해 1000만∼2000만원 정도 올랐다.

경기 성남 고양 안양 김포시 등 수도권도 비슷하다.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H부동산의 차유극씨(공인중개사)는 “불과 두달 사이에 30평대 아파트 전세금이 2000만∼2500만원 정도 뛰었다”고 말했다.

전세 수요자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새로 나오는 물건은 거의 없고 그나마 내놓았던 사람들도 계속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로 물건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게 차씨의 설명이다.

분당구 이매동 한신아파트 33평형의 경우 5월 9000만∼9500만원이던 전세금이 최근 1억1500만∼1억2000만원으로 뛰었다.

▼원인 및 전망▼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수요가 크게 늘어나 전세금이 뛰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사철이 다가오고 있는 데다 지난해 IMF체제로 미뤘다가 올해 결혼하는 사람이 늘면서 전세금이 오르고 있다는 것. 또 수원 구리 김포 용인 등에 짓고 있는 아파트 분양권을 산 뒤 집을 판 사람 등의 전세수요가 겹친 것도 전세금 상승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5만여가구에 달하는 서울 잠실과 반포 등 서울시내 5개 저밀도지구의 재건축 추진도 전세금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내년부터 재건축이 본격화하면 저밀도지구 거주자들이 이주를 해야 하는 등 잠재적인 전세수요가 많아 벌써부터 전세금이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경달·이명건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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