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경축사 비판 목소리]"공약집 연상시킨 축사"

  • 입력 1999년 8월 16일 19시 35분


“‘연설’만 있고 ‘연설문’은 없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지켜본 정부의 한 고위공무원은 16일 이같이 촌평했다. 이번 경축사에서 김대통령이 향후 국정운영방향에 관한 거의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나열했지만 “전체적으로 뭔가 빠져있는 느낌”이라고 이 공무원은 말했다.

그는 특히 “국가적 기념일인 광복절의 대통령 경축사인데 언론들이 일제히 헤드라인을 ‘재벌개혁’ 등으로 뽑았다면 좀 이상하지 않으냐”면서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보니 민심을 아우르며 스스로 진솔함을 드러낼 여유를 잃은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번 경축사는 김대통령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쓰고 고친 ‘순수 DJ작품’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

일각에서는 경축사라기보다는 ‘공약집’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함께 어떤 좋은 정책도 김대통령의 ‘연설’에 먼저 담아야 한다는 ‘공무원식’ 발상을 꼬집는 공무원도 있었다. 한 공무원은 “대통령 경축사를 기점으로 각 부처가 날짜를 정해 차례로 후속대책을 내놓는 ‘정책 이벤트 릴레이’도 생각해 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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