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씨 사면결정 안팎] '大選잔여금' 헌납의사 밝혀

  • 입력 1999년 8월 4일 19시 41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마침내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를 사면 복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대통령이 이번 광복절에 현철씨를 사면키로 한 것은 무엇보다 인간적인 ‘정리(情理)’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때부터 현철씨를 사면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는 재판이 진행 중이라 법률적으로 사면이 불가능하다는 법무부 쪽과 의견충돌을 빚기도 했다.

김대통령의 주변인사들은 “김대통령이 자식을 둔 같은 입장에서 김전대통령의 처지를 이해하려 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이희호(李姬鎬)여사가 현철씨를 사면하도록 김대통령에게 강력히 조언해왔다는 것.

그런데도 김대통령은 현철씨 사면에 대해 국민의 70∼80%가 사면에 반대하는 등 극히 부정적인 여론 때문에 그동안 무척 고심해왔다.

청와대 참모들 간에도 실무진은 반대하는 쪽이 많고 고위관계자들은 찬성하는 쪽이 많아 의견이 엇갈렸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대통령이 결심을 굳힌 결정적 요인은 현철씨의 태도였다는 후문이다. 항간에는 현철씨가 사회에 환원하기로 약속한 70억원을 헌납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사실과 다르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현철씨는 “내가 그 돈을 어디다 쓰겠느냐. 사회에 헌납하겠다는 약속은 지킨다.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등의 얘기가 있으나 이는 중간에서 누가 장난을 치는 것이다”라는 뜻을 여권 핵심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등 여권은 앞으로 현철씨 스스로가 70억원 헌납과 함께 대국민사과 등을 통해 민심을 추스르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바라는 눈치다. 아무튼 현철씨를 사면할 경우 김대통령은 사면의 형평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YS측과의 관계개선에 따른 적잖은 후유증에 시달릴 것이 분명하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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