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北 협상]閔씨 석방, 자술서작성 최대변수

  • 입력 1999년 6월 24일 23시 23분


북한에 억류된 민영미(閔泳美)씨 석방을 위해 ㈜현대아산의 김윤규(金潤圭)사장 등이 현재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한 아태평화위 관계자들과 담판을 벌이고 있으나 전망은 불투명하다.

현대측은 금강산 관광사업 등 모든 대북사업을 걸고 민씨의 조속한 석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측의 반응도 ‘민씨 석방 절대 불가’ 쪽은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24일 “북한측이 ‘조금만 기다려 달라. 우리도 민씨를 오래 데리고 있을 생각은 없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와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머지않아 민씨가 석방될 것 같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에 근거한 것.

북한 아태평화위측은 당초 대변인 담화를 통해 주장했던 것과는 달리 우리 정부의 사죄를 공식 요구하지는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어차피 협상창구가 현대와 아태평화위인 만큼 이 자리에서 쌍방 정부에 대한 요구사항이 오가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상황을 낙관하긴 이르다. 정부 내에서도 “북한이 내부적으로 입장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신중론이 나온다.

현재 민씨 석방 협상의 최대 변수는 민씨의 ‘자술서’작성 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측은 민씨에게 “북한 환경감시원에게 귀순 유도 발언을 했다”는 진술을 요구하고 있으나 민씨는 이를 거절하고 있다는 것.

아무튼 북한으로서는 서해교전사태 피해배상 문제와 남북 차관급회담을 연계시킬 수도 있어 언제 돌출변수가 등장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또 북한은 민씨송환협상을 2월 현대상선소속 듀크호와 충돌해 침몰한 만폭호 보상협상과 연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현대측은 별개사안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이 일괄타결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 협상장 주변의 관측이다.

이 경우 북한은 보험금과 사망 선원 37명에 대한 보상금을 현대에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22일 북한의 고위층이 드나드는 고급휴양소인 ‘금강산여관’으로 거처를 옮긴 민씨는 현재 비교적 건강한 상태라고 현대측은 전했다.

〈윤영찬·이명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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