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 손숙장관 『여성이 장관하기 어려워』

  • 입력 1999년 6월 24일 19시 24분


24일 오전 11시15분경 환경부 기자실에 나타난 손숙(孫淑)장관은 “물의를 일으켜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어렵게 만들었다”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손장관은 특히 “김태정(金泰政) 전법무부장관의 경우를 보면서 좀 더 일찍 결단을 내렸으면 대통령에게도 누가 덜 되고 본인에게도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언제 사퇴를 결심했나.

“밤새 잠을 자지 못하고 고민하다 아침에 신문을 보고 ‘국민정서상 내가 잘못했구나’하는 것을 느끼고 결심했다. 청와대에서 연락받은 것은 없다.”

―기업인들로부터 받은 격려금을 돌려줄 생각은 없는가.

“받았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 내가 받은 것이 아니고 극단이 받은 것이다. 극단측과 상의해 보겠다.”

―장관으로 있으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사회정서가 여성이 장관을 하기가 참 어렵고 비협조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언론에 섭섭한 점도 있었지만 내 생각이 부족했다. 많은 것을 배웠다.”

―장관 재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기업체 관계자들과 중국에 가서 숨쉴 틈도 없이 현지 관계자들을 만났던 것이 보람있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배우니까 돌아갈 곳이 그곳밖에 없지 않느냐. 연극이나 방송 일을 다시 하고 싶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다.”

―지금 심경은….

“무엇보다 환경부 공무원들에게 미안하다. 동요하지 말고 계속 일해주기를 바란다. 다음 환경부장관은 오랫동안 일했으면 좋겠다. 또 시민단체들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

손장관은 “(내가) 살아온 정서와 공직사회 정서가 달라 갭이 있었지만 좀 더 지켜봐 줬더라면…”하며 아쉬움을 토로한 뒤 “환경부 공무원을 잘 부탁한다”며 침통한 표정으로 기자실을 떠났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