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파문 어디까지]與내부 「DJ 권력운용 스타일」 비난

  • 입력 1999년 5월 31일 19시 32분


‘고급옷 로비의혹사건’이 급기야 여권 내 권력투쟁의 조짐까지 보이기 시작한데 이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권력운용 스타일까지 내부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비판론의 핵심은 소수 ‘이너 서클(내부 권력실세)’ 중심의 과거 야당식 권력운용 스타일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 정확한 민심수렴 장치가 미비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

사태가 민심과 동떨어진 채 권력투쟁 양상으로 치닫게 된 것도 그 원인(遠因)은 김대통령의 이같은 스타일에 있다는 주장도 대두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31일 “특히 김태정(金泰政)법무부장관의 진퇴문제를 둘러싸고 신주류와 구주류간의 대립 양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김대통령이 그동안 신주류와 구주류, 그리고 몇몇 측근들이 각각 축을 이루고 있는 ‘이너 서클’의 상호견제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탓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윤원중(尹源重)의원이 “소수의 눈과 귀보다는 별도의 국정협의회같은 것을 만들어 민심을 과감하게 전달하는 체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충고한 것도 같은 맥락의 진단.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김대통령의 ‘1인 정치’도 한몫을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국민회의의 한 부총재는 “모든 것을 대통령이 직접 결정하고 수석비서관들이나 당지도부조차 ‘승지(承旨)’의 역할을 넘어서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됐기 때문에 대통령 부재 중 사태가 발생하자 더욱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민심을 정치의 ‘제1 화두(話頭)’라고 하면서도 “밀리면 죽는다”는 과거 야당 시절의 ‘고집’이 청와대 일각의 ‘친위적 발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대두된다. 청와대 내 신주류가 “김장관을 경질하면 어디까지 밀릴지 모른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는 것도 김대통령의 이런 운용 스타일 때문에 힘을 얻는 것 같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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