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선 풍악호 입항지연 왜 일어났나?]

  • 입력 1999년 5월 16일 20시 18분


현대의 세번째 금강산 관광선 ‘풍악호’의 15일 북한 장전항 입항지연 사태는 북측의 석연치 않은 ‘돌출행동’과 현대의 무리한 출항이 빚어낸 합작품 성격이 짙다.

당국은 이번 사태를 통해 금강산 관광사업 관련해 현대의 ‘정보독점’ 폐해가 드러남에 따라 감독을 강화할 전망이다.

▽풍악호 승객, ‘주마간산(走馬看山)’관광〓14일 오후 동해항을 출항한 풍악호는 군사분계선 남쪽 5마일 해상에 도착한 15일 새벽부터 북한측의 입북거부로 해상에서 9시간 이상 대기해야 했다. 풍악호는 낮12시20분 장전항 입항을 포기하고 동해항으로 회항을 시작했으나 두시간쯤 항해했을 때 북측의 입항허가 통보를 받고 예정보다 13시간30분 늦은 15일 오후7시반 장전항에 들어갔다.

▽통일부, ‘출발전 입북거부 가능성 통보받았다’〓현대상선측은 “풍악호 출항 직후 북측이 내부기관간 승인절차 지연을 이유로 출항연기를 요청해 배를 돌릴 수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의 ‘출항유보 요청’ 사실을 풍악호 출항전 현대가 알려왔다”고 말해 사전에 예견됐던 사태임이 드러났다.

풍악호가 오후6시 출항예정 보다 두시간 늦게 동해항을 떠난 것 등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현대는 △항해도중 북측이 입항을 허용할 것으로 안이하게 판단했거나 △승객들을 볼모로 북측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가려 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현대는 “풍악호 취항은 이미 3월초 북한 조선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합의를 거쳤다”며 “북한이 추가적으로 입항료를 요구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달 8일 이미 승객명단이 북측에 통보되는 등 충분한 시간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북한의 돌출적인 입항거부는 추가적 금전요구의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대에 끌려가는 정부〓통일부는 풍악호 출항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북측과 협상,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현대측 설명을 듣고 출항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강산 관광사업에 관한 한 대부분의 정보를 현대로부터 ‘공급’받고 있어 정확한 상황판단을 못하고 사기업에 끌려 다니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뒤늦게 사태규명에 나선 통일부는 현대측에 17일까지 ‘입항 지연사유’를 제출토록 지시하고 추후 행정처벌 여부를 검토하는 등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기흥·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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