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민간인 10년간 不法사찰…현재도 50명카드 보관

  • 입력 1999년 4월 2일 06시 49분


검찰이 87년 민간인 사찰지침을 만든 뒤 관련법이 폐지된 89년 이후에도 줄곧 불법사찰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신태영·申泰暎)는 1일 대검이 옛 사회안전법에 따라 87년 3월22일 ‘공안사범 사후관리지침’을 만들어 각종 시국 공안사건 관련자들의 동향을 파악해왔다고 밝혔다.

이 지침은 공안사범들을 A,B,C,D 등 4등급으로 분류해 동향을 파악하도록 하고 있다.

A급은 ‘순화불가능’, B급은 ‘개전의 가능성 상당히 있음’, C급은 ‘개전의 정(情) 현저’, D급은 ‘완전 순화’로 분류하고 D급에 이르면 사찰을 중단한다는 것.

검찰은 이 지침을 근거로 관할 경찰서에 공안사범들의 소재와 동향을 파악해 2개월에 한번씩 보고하도록 해왔다.

검찰은 “이같은 지침은 사회안전법이 폐지되고 보안관찰법으로 대체되면서 폐기됐어야 했다”며 불법사찰 사실을 인정했다.

신부장검사는 “서울지검의 경우 50여장의 사찰카드가 남아 있는데 97년 7월 이후에는 사찰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뒤 “어쨌든 법적 근거없이 이같은 지침이 유지돼왔기 때문에 폐지하거나 대폭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75년 제정된 사회안전법은 시국 공안사범들에 대한 광범위한 보안관찰을 허용해 대표적인 반민주악법으로 꼽혀오다 89년 폐지돼 보안관찰법으로 대체됐다.

한편 참여연대는 음모씨(38)가 불법사찰을 받아 정신적인 피해를 보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배상신청을 냈는데 서울 배상심의위원회가 3월 이 신청을 기각하면서 음씨에게 검찰의 사찰지침 관련내용이 담긴 조사결과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배상심의위는 통지서에서 “서울 종암경찰서 소속 임모 경찰관이 94년부터 97년 7월까지 서울지검의 공안사범 출소자 동향파악 지시에 따라 두달에 한번씩 시위전력이 있는 음씨의 동향을 파악해 보고한사실이인정된다”고말했다.

배상심의위는 “그러나 동향파악이 강압적이거나 불쾌감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차병직(車炳直·변호사)협동사무처장은 “소문으로만 떠돌던 공안당국의 민간인 불법사찰이 확인된 만큼 정부는 사태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 책임자들을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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