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병용 방침/문제점-반응]일선 교육현장 혼란

입력 1999-02-10 19:25수정 2009-09-2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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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낙균(申樂均)문화관광부장관이 9일 국무회의에서 ‘한자병용 방침’을 전격 보고한 것은 두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

첫째는 왜 충분한 논의없이 전격 발표했느냐는 절차상의 문제다. 신장관은 지난주말 실무자들에게 ‘내주 초 국무회의 상정’을 준비토록 지시했고 일요일인 7일 실무자 전원이 출근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인 8일 국어정책심의위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석득 연세대명예교수는 정부안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고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안은 8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참석한 국무회의에 보고됐고 정부안으로 발표됐다.

이같이 전격 처리된 배경에 대해 문화부 관계자는 “새 정부출범이후 김대통령이 여러차례 한자 습득의 필요성을 강조해 그동안 실무작업을 벌여왔다”며 당초 이달 말 경 국무회의에 보고할 계획이었으나 다소 앞당긴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심중이 곧바로 정책으로 연결되는 권위주의적인 정책 결정과정의 전형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왜 문화부 산하의 국어정책심의위원회의 논의라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두번째는 이번의 정부 방침이 한글전용 원칙과는 무관한 조치라고 하나 이같은 정부방침이 가져올 교육현장과 어문정책의 혼란 및 파장에 대해 신중히 그리고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문제다.

‘한글전용이냐 한글병용이냐 한글혼용이냐’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논란이 있어왔고 어떤 측면에서 모두 일장일단이 있는 주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1948년 ‘한글전용에 관한 법률’제정 이후 그동안의 정부방침은 한글전용쪽으로 시행돼 왔던 것이 분명하다. 한글 한자 사용문제를 놓고 숱한 논란이 있었고 한자교육에 대한 여러차례의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한글을 전용한다는 원칙하에서 정부정책이 이루어져 왔던 것이다.

한자병용 방침에 대해 학계에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선교육현장에서 한자교육정책이 또다시 바뀌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고 있고 일부 행정부서에서도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 이번 조치가 졸속행정임을 증명한다.

한자병용 계획을 발표한 다음 신장관은 실무자들에게 “미래를 내다보고 한 일이니 당분간 힘들겠지만 크게 염려하지 말라”며 격려했다. 그러나 관련학자들이나 관계부처 실무자들은 “미래를 내다봐야할 문제를 이렇게 졸속으로 처리해서 될 것인가”하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3월중 시행’이라는 당초 방침을 유보하고 교육정책에 미칠 영향, 행정의 혼란, 한자병용의 한계 등에 대한 폭넓은 여론수렴의 기회를 가진 뒤 신중히 처리할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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