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철 사라졌다』…전세금 못빼 눌러앉는 세입자 늘어

  • 입력 1998년 10월 19일 19시 14분


이사철이 사라지고 있다.

봄 가을철 이사가 줄고 여름과 겨울철 이사가 증가하면서 ‘이사철 실종’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길일(吉日)로 손꼽히는 이른바 ‘손없는 날’인데다 주말이었던 지난 10일. 의외로 이삿짐을 옮기는 풍경이 뜸했다. 삼일통운의 박삼길(朴森吉·서울 성북구 안암동)씨는 “10일은 예년 같으면 예약을 꼭 해야 할 만큼 바쁜 ‘대목’이지만 올해는 일감이 확 줄어서 겨우 2건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가을철 이사가 줄어드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IMF한파의 영향도 있지만 봄 가을을 고집하지 않고 편리한 때를 이용하는 추세가 두드러진 영향도 있다. 자녀들의 등교 취학문제 등을 고려해 방학동안 이사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도 이같은 추세를 반영한다.

또 포장이사가 대중화된 것도 계절적 수요를 없앤 요인 중 하나다.

전국운송주선사업연합회 노용현(魯龍炫·50)지도부장은 “포장이사는 90년대 들어 대중화하면서 이사문화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면서 “특히 뚜렷해진 것은 이사철이나 이사의 성수기 비수기 개념을 없애 주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경기 변화도 한 요인. 한신부동산의 공인중개사 차유극씨(경기 성남시 분당구)는 ‘전세대란’의 여파로 이사철이 없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씨는 “제때에 전세금을 빼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늘어나면서 세입자들의 이사철이 사라졌다”면서 “특히 전세 및 매매가격이 오르는 봄 가을을 피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이런 현상은 더욱 보편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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