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감청 올 상반기 3,580건

  • 입력 1998년 10월 16일 06시 36분


최근 야당에서 불법감청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 경찰 안기부 기무사 등 수사기관의 전화감청이 최근 2년 사이에 급증한 것으로 국정감사자료에 나타났다.

정보통신부가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 김형오(金炯旿·한나라당)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수사기관에서 국내 6개 통신업체에 요청한 감청협조건수는 96년 2천4백44건에서 97년 6천2건, 올들어 6월까지 3천5백80건으로 2년 사이에 2.9배 가량 늘어났다.

법원행정처가 국회 법사위에 제출한 국감자료에서도 감청영장청구건수는 96년 2천67건이었으나 97년 3천3백6건, 올해는 8월까지 2천2백89건으로 1.6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8시간 이내 법원으로부터 감청영장을 발부받는 것을 전제로 감청에 들어가는 ‘긴급감청’건수는 올들어 6월까지 6백39건이나 됐다. 그러나 48시간 이내 감청영장을 청구한 실제건수는 3백12건에 불과, 긴급감청이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와 함께 올들어 6개 통신업체가 협조요청을 받은 감청건수는 3천5백80건인데 비해 법원에 청구된 감청영장건수는 2천2백89건에 그쳐 차이가 나는 1천2백91건은 법원의 허가없이 불법감청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감청과 관련, 한나라당은 “최근 안기부가 판문점총격요청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마구잡이로 불법감청을 했다는 의혹이 짙다”면서 “현정권 출범 이후 감청횟수가 22만건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안기부는 이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올해초 한 이동통신업체에 감청장비가 새로 설치됐다는 제보가 있다”면서 “만약 이 제보가 사실이라면 휴대전화에 대한 불법감청도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같은 제보와 자체수집자료 등을 토대로 이번 국정감사에서 수사기관에 의한 불법감청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질 계획이다.

김형오의원은 “수사기관의 불법감청사례가 허다한 것으로 알려져 전사회적으로 도청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다”며 “정치인은 물론 기업인까지 다른 사람의 명의로 전화를 신청해 사용하거나 2,3개월 단위로 전화를 바꿔쓰는 사례가 많다”고 주장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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