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 정치인 「구치소24시」]『왜 하필 내가…』

  • 입력 1998년 9월 9일 19시 42분


최근 정치인 사정(司正)바람으로 줄줄이 구속된 거물 정치인들은 감방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국민회의 정대철(鄭大哲)부총재는 첫 수감생활이지만 그런대로 적응해나가려고 애쓴다는 얘기. 명문가의 외아들로 비교적 순탄한 인생행로를 걸어온 정부총재는 수감생활을 힘들어 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비교적 잘 적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의 매일 접견하는 한기찬(韓基贊)변호사는 “정부총재는 이번 사건이 인생 전체를 놓고 볼 때 오히려 ‘쓰지만 좋은 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치매때문에 아들의 구속사실 조차 모르고 있는 어머니 (이태영 변호사)를 생각하면서 종종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부인 김덕실씨는 최근 만난 청와대 모수석비서관에게 “정부총재가 당신들보다 대통령을 더 생각하고 있다”며 일갈하고 남편이 억울하다며 화를 냈다는 후문.

한나라당 이신행(李信行)의원은 4일 구속된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검찰청에 불려나와 조사를 받고 있다. 이의원은 ‘혐의 규모’나 연루 범위도 예사롭지 않은데다 6월부터 검찰의 소환 요청을 요리조리 피해 나가고 골탕먹인때문인지 밤늦게까지 조사를 받는 바람에 구치소로 돌아올 때면 항상 ‘파김치’상태. 그래서 검찰을 망신시킨 ‘괘씸죄’ 때문에 더 혼난다는 얘기도 나온다.

청구사건으로 다시 교도소에 수감된 홍인길(洪仁吉)전수석도 거의 매일 대구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홍전수석은 “검찰이 조사과정에서 인간적인 모욕을 주고 있다”고 반발하며 억울한 심정에 잠도 제대로 못이룬다는 것. 소동기(蘇東基)변호사는 “청구수사가 빨리 종료돼 재판을 받은 뒤 마음 편히 살고 싶다는 것이 홍 전수석의 희망”이라고 전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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