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自타결 의미]명분얻기 그친 「절반의 성공」

  • 입력 1998년 8월 24일 07시 33분


국민회의 중재단의 조정 실패로 한때 결렬위기에 처했던 현대자동차 사태가 정부의 막판 끈질긴 중재로 노사타협을 얻어내 파국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그러나 노사간 극한 대결이 최악의 사태를 피하고 평화적으로 해결되긴 했지만 정리해고 도입이라는 대명제가 목소리 큰 측(노조)의 반대에 부닥쳐 겨우 ‘명분’을 얻는데 그치는 등 ‘절반의 성공’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결국 노사가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정부 중재안을 받아들인 것은 정치권의 중재 노력까지 무위로 돌아간데 이어 노동부의 ‘마지막’ 중재마저 뿌리치면 서로가 막다른 골목에 서는데다 수출이 급감하는 등 갈수록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극한대치는 곧 공멸’이라는 여론을 더이상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이번 협상타결의 긍정적 의미는 2월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법제화된 정리해고제가 처음 적용됨으로써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 외국 투자자들의 우려를 씻고 외자유치 활동에 유리한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 보면 문제점도 많다. 회사는 잉여인력 1만여명중 7천여명은 위로금을 주고 희망퇴직으로 내보냈다. 최종 정리해고 대상자로 통보한 1천5백38명중에서도 2백77명만 해고하고 나머지 1천2백61명은 1년6개월 무급휴직으로 처리하는데 그쳤다. 무급휴직자는 일정 기간 뒤엔 복직시켜야 하기 때문에 정리해고 효과는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정리해고가 중소기업에서 부분적으로 이뤄지기는 했지만 초대형 사업장에서 본격 적용한 것은 현대자동차가 처음. 그래서 이번 사태는 정리해고제를 둘러싼 노동계와 재계의 ‘힘겨루기’ 대리전으로 펼쳐진 측면이 있다.

결국 노사 양측은 이런 ‘환경의 제약’을 인식하고 노조는 정리해고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대신 회사는 해고 대상자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한발씩 물러서서 타협점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또 분규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사태(41건 1백26명) 등과 관련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분명히 하지 않은 것도 문제. 정부가 강조해온 법치주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흥정식으로 이뤄져 ‘목청 높이면 된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이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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