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해외도피 전말]수출위장 은행지원금받아 빼돌려

  • 입력 1998년 7월 31일 07시 24분


검찰이 전모를 캐고 있는 신동아그룹 외화도피 사건은 신동아그룹 계열 무역회사인 ‘신아원’의 전사장 김종은씨와 최순영회장의 갈등과정에서 불거졌다.

신아원 김전사장은 3월 최회장에게 “신아원의 수출금융 비리와 해외재산도피를 폭로하겠다”며 10억원을 요구했다.

신동아측은 비밀리에 서울 용산경찰서에 김씨를 공갈 협박혐의로 고발했고 김씨는 3월27일 “돈을 주겠다”는 신동아측과 용산서의 ‘유인’에 넘어가 검찰에 구속됐다.

그러나 검찰은 김전사장의 협박내용이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 4월부터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김전사장과 신아원 전현직 임직원, 거래은행 직원, 허위 선하증권을 작성한 해운회사 직원 등 30여명과 은행이 보관하고 있는 수출입관련 서류를 조사했다.

검찰 수사결과 드러난 혐의는 두가지. 신아원은 미국의 유령회사에서 물품을 수입해 러시아 등에 수출한 것으로 거짓 서류를 꾸며 국내 은행에서 1억6천만달러의 수출금융을 지원받았다.

또 이 돈을 수입대금 명목으로 전액 미국으로 불법송금한 혐의다.

검찰은 5월하순 최회장을 전격 소환 조사했으며 최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당시 최회장은 검찰에서 “나는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진행된 일”이라며 혐의사실을 부인했다.

검찰은 신동아그룹의 계열사인 대한생명이 미국에서 10억달러의 해외투자를 유치한다고 발표하자 최회장에 대한 출국금지조치를 해제했다.

검찰은 신아원이 미국으로 빼돌린 돈의 사용처를 조사하기 위해 신아원의 고문이자 김전사장과 함께 국내외에서 신아원의 수출입업무를 관장하던 고충흡씨를 수배했으나 고씨는 김씨의 구속직후 미국으로 도피했다.

고씨는 수출입과정에서 미국측 창구로 사용된 유령회사인 스티브영사의 대표직을 맡고 있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유출된 외화의 실제 사용처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지만 유출액의 일부는 해외에서 ‘장기적 투자’에 사용됐다”고 밝혔으나 장기적 투자가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한편 검찰은 현재 유출된 외화의 사용처를 파악하기 위해 스티브영사의 정확한 해외 계좌에 대해 계속 추적작업을 벌이는 한편 도피한 고씨의 귀국을 종용하고 있다.

검찰은 신동아그룹의 해외투자문제가 마무리되는 대로 최회장을 사법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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