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발표 병무청탁 실태]사회지도층 인사 총망라

입력 1998-07-23 19:48수정 2009-09-25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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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 정치인에서 대기업 사장과 교수 의사 변호사 농부 심지어 포장마차 주인에 이르기까지.’

23일 검찰이 발표한 병무비리 종합수사결과를 보면 돈을 주고 자식의 병역을 면제받거나 군대생활을 편하게 하도록 한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의 몰지각한 행태가 여실히 드러난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의 수준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검찰이 원용수(元龍洙)준위의 수첩에 기재된 4백38명을 대상으로 원준위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확인한 병무청탁 부모들은 모두 1백17명.

직업별로 보면 회사 임직원이 39명으로 가장 많고 개인사업자 37명, 의사 약사 변호사 등 전문 직업인 10명, 교수 등 교육계 종사자 5명, 은행 임직원 5명, 공무원과 정부관리기업체 임직원 3명, 기타 18명 등이다.

이중에는 전광주지방국세청장 교수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변호사 은행지점장 대기업사장 교사 지구당위원장 구의원 공기업간부 등 사회 상류층과 지식인이 상당수 있다. 이들의 청탁은 대부분 이뤄졌다.

기타 18명중에는 농부와 열쇠수리업자 포장마차 주인까지 있는데 이들은 30만∼1백만원을 주고 편한 보직을 받거나 입대일자를 조정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목수 이모씨(58)는 특이한 경우로 꼽힌다. 해병대 출신인 이씨는 “아들이 97년10월 입대예정인데 한여름에 입대해 땀흘리고 훈련받으면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입대일자를 8월로 앞당겨 달라”며 친구 동생인 원준위에게 2백만원을 줬다.

검찰은 “병무비리의 핵심은 자식을 위해 병무청탁을 하는 몰지각한 부모들에게 있다”며 금품을 수수한 경우 예외없이 모두 기소했다.

금품수수 사실이 드러나지 않아 처벌대상에서 제외된 단순 청탁자도 1백99명이나 되는데 3선의원 경력에 정당 부총재를 지낸 정치인과 현직 판사, 지방신문 전무 등이 포함돼 있다.

고위 공직자나 거물 정치인이 예상보다 적은 이유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그들은 원준위보다 더 힘이 센 경로를 통해 병무청탁을 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원준위를 중심으로 한 이번 수사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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