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요원 보낸 격려편지]『덕인동지,결심 변치 않기를』

  • 입력 1998년 6월 28일 08시 25분


북한 잠수정 안에서 모두 5통의 편지가 발견됐다. 이 편지에는 특히 침투조로 추정되는 공작원 2명의 이름과 대남 공작을 선동하는 내용이 담겨있어 잠수정의 침투목적을 명백하게 입증해주고 있다.

부대 상급자와 동료들이 침투요원에게 보내는 격려문 형식의 편지는 각각 조장과 부조장, 부기관장인 ‘성철’ 그리고 함께 탄 침투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덕인동지’ ‘유학진동무’ 앞으로 돼 있다.

모든 편지의 발신일자는 ‘주체 87년 6월20일’. ‘주체 87년’이라는 연도표기는 김일성이 태어난 1912년을 주체사상의 원년으로 삼은 것. 주체사상을 최고의 국가이념으로 신봉하는 북한에서는 당이나 군에서 충성심을 유도하거나 과업의 중요성 등을 특별히 강조할 때 주체연도를 주로 사용한다.

편지는 한결같이 “동무들이 수행하는 전투임무는 위대한 장군님께서 동무들에게 안겨주신 천하의 믿음이며 영광이다”는 찬사와 함께 “영예로운 전투임무를 훌륭히 수행하여 장군님께 충성의 보고를 드리자”는 당부로 일관하고 있다.

편지에는 ‘어버이 수령님의 조국통일 유훈’ ‘경애하는 장군님의 조국통일 위업’ ‘공화국 창건 50돌 대축전장’ ‘위대한 장군님’ ‘당중앙위원회’라는 문구가 수없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이번 잠수정의 침투목적이 북한의 일관된 대남 통일전략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것임을 헤아리게 해준다. ‘유학진동무’앞으로 된 편지 중 ‘당중앙위원회에서 지적해준 목표에 한개의 편차도 없이 들어가는가 못들어가는가 하는 것은 동무에게 전적으로 달려있습니다’는 문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성철동지’에게 보내는 편지는 ‘이 세상에 각이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 많고 많아도 전투원보다 더 긍지높고 값높은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며 전투원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이를 통해 북한에서 대남 전투요원의 지위와 대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일말의 불안을 떨치지 못하는 걸까. ‘덕인동지’ 앞 편지는 ‘사나이 한번 다진 결심 변치 않기를 바라며’라고 끝맺고 있다. 북한 당국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침투요원의 심적 동요를 달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뚱뚱보 동지… 오줌도 제대로 누시고’라는 농담도 적혀있어 눈길을 끄는 부조장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 편지를 개봉하게 될 때에는 동지는 적후(敵後)에 있을 것입니다’고 돼 있다. 편지는 밀봉한 상태에서 잠수정에 실려 남한지역 위도상에 침투한 다음 꺼내 읽도록 ‘첩보영화’처럼 전해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적지’도착 후 극도의 긴장과 비장감으로 가득 차 있을 때 편지를 읽음으로써 충성심과 용기, 임무완수에 대한 각오를 극대화하는 고도의 심리효과를 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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