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잠수정 침투]千국방, 여야3黨돌며 「잠수정 보고」

  • 입력 1998년 6월 26일 19시 11분


천용택(千容宅)국방부장관은 26일 북한잠수정 침투사건과 관련, 국민회의 자민련 한나라당을 차례로 방문해 경위를 보고했다.

사건 발생후 천장관의 해임을 요구하는 등 정부의 대응을 강도높게 비난해왔던 한나라당에서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조순(趙淳)총재는 천장관을 질책하지 않고 오히려 격려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회의와 국방부는 이날 아침 서울 여의도 맨하탄호텔에서 고위당정회의를 비밀리에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당직자들이 “호텔에서 당정회의를 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제동, 호텔에서 조찬만 하고 당사에서 당정회의를 열었다.

천장관은 “당에서 열심히 도와주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봉호(金琫鎬)의원 등 몇몇 중진들이 잠수정 인양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지만 전체적 분위기는 부드러웠다.

국민회의 보고를 마친 천장관은 곧바로 국회에서 자민련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 등 주요당직자에게 이번 사건은 대남공작을 목적으로 한 북한의 침투작전이라고 보고했다.

자민련은 변웅전(邊雄田)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정부의 햇볕론이 적절한 대북정책이지만 무슨 이유와 명분을 앞세우더라도 안보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며 정부측을 꼬집었다.

천장관은 이어 오후1시반 긴장된 표정으로 한나라당 총재실을 찾았다. 그러나 조총재와 이강두(李康斗)총재비서실장만 보고자리에 참석하자 천장관의 얼굴에는 곧 안도의 빛이 감돌았다.

천장관은 ‘2급 군사비밀’표시가 된 서류를 조총재에게 건네주고 15분간 사건경위를 설명했다. 조총재는 “동해안에서 북한의 잠수정이 항상 공작을 하느냐”는 등 몇마디 질문만 했다.

조총재는 천장관의 보고가 끝난 뒤 “저쪽의 대남 태도가 변하지 않고 있는 만큼 신속한 조사를 통해 의혹을 해소해 달라”고 주문했다.

천장관은 당사를 나서면서 “장관은 정부를 대신해 야당과 국회에서 얻어맞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면서도 의외로 싱겁게 끝난 야당보고를 다행스러워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의 총재단회의에서는 정부의 대응을 강하게 비난했다. 잠수정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채 발견된 것은 군당국이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때문이라는 것.

〈김차수·송인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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