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55개社 표정]「빅烹」근로자들 망연자실

  • 입력 1998년 6월 18일 19시 58분


“밀려오는 폭풍우속에 누가 우리를 구할 것인가, 결국 우리 자신 밖에 없습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18일 낮 55개의 퇴출기업 부실기업 명단을 발표하자 해당사의 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퇴출대상 55개사의 직원 숫자는 약 2만7천여명. 이중 상당수가 실직할 것으로 예상돼 지금까지의 구조조정에도 현기증을 느꼈던 근로자들은 충격과 비탄에 망연자실한 모습들이었다.

이날 낮 강남구 논현동 거평그룹계열사 거평건설 사무실. 계단에 쪼그려 앉아 줄담배를 피우고 있던 이모씨(32)는 “그룹이 악성부채를 키우더니 결국 퇴출당하게 됐다. 고향에 내려가 농사라도 지어야하는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SK계열사 케이블회사인 마이TV직원 이모씨(40)는 “부도를 낸 다른 채널은 놔두고 왜 하필 우리냐, 회사가 공중분해되는게 아닌가 불안하다. 자체적으로 인원을 감축하고 자생의 노력을 하고 있었는데 너무한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반면 회생을 위해 노사가 화합하지 못한 점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거평그룹계열사로 초경합금을 생산하는 대한중석 대구달성 공장 직원 김모씨(42)는 “해외기업에 회사 매각문제 협상을 할때 노사갈등이 드러나 퇴출이라는 극한 상황을 초래한 것 같다”고 고개를 떨궜다.

충남 천안시도 해태전자 등 지역내 4개 회사가 포함되자 “지역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미칠 수 있는 이번 사안에 지자체가 발벗고 나서야한다”며 동분서주하며 대책마련에 부심했다.

직원들은 불안해하면서도 자생(自生)의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마음을 추스르는 표정이었다. 그러면서도 “가족에겐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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