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검찰 표적수사-권력추종등 「과오」 질책

  • 입력 1998년 4월 10일 06시 43분


기구한 ‘악연(惡緣)’의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검찰.

9일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받은 김대통령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날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옛적의 ‘부당 대우’를 회고하기도 했다. ‘정치검찰’의 질긴 탄압을 받았던 그는 검찰의 권력추종과 표적수사, 인권유린 등 과오도 지적했다.

김대통령은 89년 서경원(徐敬元)전국회의원 밀입북사건에 자신을 연루시킨 점을 회상하면서 한때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서의원을 사흘간 잠도 안재우고 고문까지 해서 나에게 있지도 않은 1만달러를 주었다는 허위자백을 하도록 했다.”

그는 김태정(金泰政)총장에게 “검찰이 한보사건 수사 당시 깃털만 처벌했다는 여론이 있었습니다. 총장으로서 수사가 공정하게 됐다고 생각합니까”라는 민감한 질문을 던졌다.

한동안 답변을 주저하던 김총장은 “죄송한 말씀이지만 검찰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수사결과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점에 대해 총장으로서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고 답변. 6년 동안 감옥살이를 한 김대통령. “4평짜리 방에 10여명의 재소자가 생활하는 곳도 있다”는 교정국장의 보고에 그는 “그런 상태로는 독서나 조용한 사색도 할 수 없고 여름에 더우면 싸움이 나기도 한다”며 교정시설의 개선을 지시했다.

김대통령은 “검찰이 사명을 다해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를 뿌리뽑았다면 한보사태는 물론 국가적 환란도 미리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경제위기를 막을 ‘파수꾼’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검찰의 책임도 아프게 지적했다.

〈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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