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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4월 7일 1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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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리가 입이 돌아간 상태에서도 끝까지 달렸듯 우리도 IMF위기에서 끝까지 살아남자.” “생존이 화두인 IMF시대에 손대리의 집념을 배우자.”
“실직 걱정만 하지 말고 실직자가 없는 회사를 만들자.”
갖가지 이야기가 쏟아졌다. 안팎의 어려움에 처해 있는 한화그룹. 사원들은 ‘손대리의 경우’를 통해 뭔가 돌파구를 찾으려는 듯했다. 같은 주제의 토론은 지난주에도 일부팀에서 벌어졌다.
‘손대리.’ 한화유통 전략기획실 손재우(孫在右·31)대리. 3월29일 경주에서 열린 동아마라톤대회 마스터스경기 10㎞부문 ‘1미터1원 실직자 자녀 돕기’에 참가, 입이 돌아가는 고통을 참고 50분만에 결승점에 도착했다. 이 모습은 이틀 뒤 그룹 조회시간에 사내 TV로 방영됐다.
화면의 손대리는 처참했다. 7㎞ 무렵부터 사점(死點)에 들어서 입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어금니를 물려고 할 때마다 표정이 일그러졌다. 안면근육은 파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그러나 끝까지 달렸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사무실 곳곳에서 터진 박수. 손대리에겐 사내의 격려전화와 팩스가 쏟아지기 시작했다.그룹내의 이같은 분위기 속에 손대리는 “동아마라톤 마스터스경기에는 7천명 정도가 참여했는데, 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성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