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부시장의 「서울비판」파문…「월간지 기고」 말썽

  • 입력 1998년 3월 20일 20시 08분


김희완(金熙完)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모월간지에 ‘서울은 죽어가고 있다’는 제목으로 기고를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시정은 시장 지시에 따라 극소수의 관계자들에 의해 이뤄지는 밀실행정’ ‘시장의 독선과 독주를 견제할 만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등 강덕기 시장직무대리를 겨냥한 듯한 내용 때문.

‘경유차에서 나오는 발암물질로 매년 서울시민 3만명이 사망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광역 상수도취수장 5단계 공사가 마무리되는 연말이면 한강이 거대한 죽음의 호수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부분도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정무부시장이 시장에게 직격포를 쏜 셈이어서 20일 오전 시장 부시장 1급간부 비서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참모회의는 시작부터 어색한 분위기였다.

시장 측근으로 알려진 몇몇 국장은 분을 삭이지 못했다. 다른 참석자들이 이들을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을 정도. 강시장대리는 업무보고가 끝난 뒤에야 기고내용에 대해 해명토록 김부시장에게 요구했다. 김부시장은 “재임기간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 그간 서울시 행정을 보고 느낀 문제점을 담담하게 기록한 보고서일 뿐”이라며 “특정인을 공격하려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시장대리는 “‘특별한 지위’에 있는 분이기 때문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었다고 본다”며 “앞으로 이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간부들도 조심하라”고 당부한 뒤 회의를 끝냈다.

대부분의 시 공무원들은 “내부 문제점을 외부에 폭로하듯 발표하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조직원으로서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언급할 가치가 없는 유치한 행동이다. 부시장으로 부임해 무슨 업적이 있다고 시 행정을 그런 식으로 비판할 수 있느냐”고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직원도 있었다.

〈하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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