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민사소송 개입 의혹…1천억대 토지반환訴 관련

  • 입력 1998년 3월 12일 19시 47분


안기부가 개인간의 1천억원대 토지 반환소송에 개입, 허위서류를 재판부에 보내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12일 서울지법과 서울지검 등에 따르면 김모씨는 92년7월 A그룹 김모회장을 상대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63 일대 1만1천여평(시가 약 1천억원)의 토지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김씨는 “68년 서울대가 신림동으로 옮긴다는 정보를 알고 당시 재무부 차관 이모씨(75년 사망)에게 부탁, 은행에서 3천만원을 대출받아 땅을 산 뒤 김회장에게 명의신탁을 해놓았는데 김회장이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과정에서 이전차관의 비서관이었던 이재근(李載根)전의원은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 “71년3월경 이차관이 야당후보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자 안기부가 이차관의 특혜대출 압력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나를 안기부(당시중앙정보부)감찰실로 불러 조사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은 문제의 토지에 대한 소유관계보다 안기부의 조사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재판부는 93년5월 이전의원이 실제로 안기부에서 조사받은 사실이 있는지 밝혀달라고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안기부는 93년6월 9일 “이전의원을 조사한 사실이 없다”고 회신했다.

재판부(서울지법 민사17부)는 이 회신 등을 바탕으로 94년 7월 원고패소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현직 안기부 중견간부는 “안기부는 문서보관 규칙에 따라 대부분의 문서를 1∼10년 사이에 폐기하며 특히 이전의원의 사건처럼 정치적 상황이 반영된 사건은 5년 이내에 거의 100% 폐기한다”며 “71년 당시의 조사기록 일체를 검토했다는 안기부의 회신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그룹 관계자는 “문제의 땅은 김회장 본인이 구입한 것이며 안기부의 개입여부는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이수형·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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