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퇴르 『재기의 빛 보인다』…매출액 점차 상승세로

  • 입력 1998년 2월 20일 19시 33분


‘맨손으로 시작한 창업때의 정신으로….’ 지난달말 부도를 내고 법원에 화의신청을 한 파스퇴르유업이 재기의 구슬땀을 쏟고 있다.

서울대 상대 출신으로 택시기사와 중동에서의 트럭운전사 등을 거친 특이한 경력으로 지난 87년 창업당시 화제가 됐던 최명재(崔明在·72)회장.

그는 회사 부도직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자신이 갖고 있던 40만4천주의 회사주식 전부를 사원들에게 무상으로 양도, 다시 한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해 말 자신의 소유로 돼있는 서울 잠실의 66평 아파트와 승용차까지 모두 팔아 회사 회생 자금으로 내놓았던 그는 지난달 31일 고별사를 마친 뒤 마지막으로 지갑속에 든 1백60만원까지 톡톡 털어낸 뒤 빈손으로 회사를 떠났다.

회사가 망해도 기업주는 살아난다는 우리사회의 통념을 무너뜨린 것이었다.

그가 직원들에게 준 ‘충격’은 곧바로 ‘재기의욕’으로 바뀌었다. 부서장들을 중심으로 ‘25인 협의회’를 구성한 4백50여명의 직원들은 지난달 봉급을 자진 반납키로 한데 이어 2월부터는 회사가 정상화할 때까지 직급에 관계없이 70만원씩의 봉급만을 받기로 결의했다.

또 맨손으로 시작했던 창업주 최회장처럼 직원들이 제2의 창업정신으로 똘똘 뭉쳐 전국의 5백여 대리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다시 한번 뛰어보자’는 재기의 신념을 심어줬다.

대리점들도 직원들의 이같은 회사 살리기 노력에 호응, 물품을 받은 한달후에나 물품대금을 주던 그동안의 결제 관례를 깨고 회사가 정상화할 때까지 물품주문과 동시에 대금을 회사에 입금키로 결정, 회사의 현금부족 고통을 덜어줬다.

이에 화답하듯 회사 또한 원가 상승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유제품 가격을 동결시켜 대리점들로 하여금 다른 회사의 대리점들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하기 시작, 11월부터 하향곡선을 그리던 매출액이 완만한 상승세로 돌아서며 지난달 하루평균 3억원에 그쳤던 매출액이 이달에는 3억7천만원으로 늘어났다.

지난달 대리점마다 하루 평균 2건 정도에 불과했던 주문전화도 10여건으로 크게 뛰었으며 소비자상담실에는 재기를 북돋워주는 격려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회사측은 “법원에 신청한 화의를 금융권이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내년말까지는 모든 채무를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회장이 각별한 애정을 쏟았던 민족사관학교는 현재 학부모들이 낸 모금 등으로 어렵게 운영되고 있으며 차후 교육부와 협의를 거쳐 국가에 헌납될 예정이다.

〈이현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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