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충만한 나환자 보금자리, 의왕「성 라자로 마을」

  • 입력 1998년 2월 3일 07시 22분


‘소외되고 그늘진 나환자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삭막한 우리네 삶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경기 의왕시 오전동 경수산업도로변에서 가구단지 뒤편으로 10여분 들어가면 ‘성 라자로 마을’이 나온다. 모락산 자락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나환자들과 이들을 돌보는 성직자, 치유된 자립정착민 등 3백여명이 함께 어우러지는 보금자리. 코가 뭉개지고 온몸에 고름이 생기는 천형(天刑)의 삶을 운명적으로 살아야 하는 나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한국 천주교가 최초로 세운 나환자 구호사업기관이다. 마을 이름은 성경에서 따왔다. 예수가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음식 부스러기로 살아가는 종기 투성이의 거지 ‘라자로’를 다시 살려준데서 유래한다. 라자로처럼 천대를 받았던 나환자들도 예수의 사랑을 받으며 다시 살아날 희망이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성라자로원은 처음 광명시에 설치됐다가 서울 세브란스의전 출신 소진탁(蘇鎭卓)박사의 폐결핵요양소가 있던 모락산 아래 12만1천여평으로 51년 이전했다. 초대 원장으로 이경재(李庚宰·71)신부가 부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개시했다. 이들의 봉사활동이 알음 알음 알려지자 70년말 6만2천여명이 종교와 국적을 초월해 ‘라자로 돕기 후원회’를 만들었고 이들의 정성으로 성당 병원 목욕탕 등이 조금씩 들어설 수 있었다. 그러나 한때 1백50여명에 이르렀던 환자는 치료약이 개발되고 생활환경이 좋아지면서 1백여명으로 크게 줄었다. “나병은 치료기간이 오래 걸릴 뿐 결코 불치병이 아니다”는 믿음과 후원자들이 있기에 이들의 삶은 초라하지가 않다. 0343―52―5655 〈의왕〓이헌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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