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범 전현주 공판]연극인가 진실인가…검찰-변호 공방

  • 입력 1998년 2월 2일 19시 38분


“피고인은 있지도 않은 공범을 창조해서 끊임없이 자신을 합리화할 변명거리를 찾고 있을 뿐입니다.” “‘공범이 있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수사과정에서 철저히 무시됐습니다. 게다가 피고인이 정신질환이 있다는 주장은 확실한 근거도 없습니다.” 2일 오전 서울지법 311호 법정에서 열린 박나리양 유괴살해사건의 전현주(全賢珠·29)피고인에 대한 5차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은 전피고인의 정신적 장애와 공범 존재여부를 놓고 설전(舌戰)을 벌였다. 이날 공판에는 93년 전피고인을 상담치료한 정신과 전문의 송수식(宋秀植·57)박사가 증인으로 나와 “전피고인이 ‘연극성 인격장애’가 있어 가공의 공범을 만들고 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한 소견을 밝혔다. 송박사는 “연극성 인격장애환자는 주위의 관심을 끌기 위해 행동을 과장하고 심하면 가공의 인물을 만들기도 한다”며 “전피고인은 당시 가상의 남자친구에 대한 고민 때문에 병원을 찾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전피고인이 △유서와 독약을 준비한 채 도피행각을 벌이고 검거 후에도 자주 실신하는 등 행동이 지나치게 연극적인 점 △현장검증 때 범행상황을 정확히 재연한 점 △문예창작과 출신으로 상상력이 뛰어난 점 등을 들어 “공범은 전피고인 머리 속에만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변호인은 “전피고인에게 ‘연극성 인격장애’가 있다고 속단할 근거가 전혀 없는데도 전피고인이 가공의 공범과 거짓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다는 주장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정신감정 의뢰여부를 다음 공판 때까지 결정하기로 함으로써 다음 공판이 주목된다. 〈부형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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