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대출계 직원 『잠이 안와요』…대출직장인 관리 비상

  • 입력 1998년 1월 6일 20시 00분


“밤새 안녕하신지요.” A은행 대출계 직원 김모씨(33)는 신용대출을 받은 직장인에게 안부전화를 거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표면적으로는 가벼운 인사를 건네기 위한 것이지만 실제는 ‘대출자가 혹시 직장에서 해고라도 되지 않았나’를 점검하기 위한 것. 직장마다 봉급이 동결되는 상황에서 올해 초 대출금리가 큰 폭으로 올라 이자의 연체사태는 물론 자칫 원금 자체를 떼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전화 순찰’이 강화되는 요인. 김씨는 “대출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할 경우 인사조치당할 우려가 많아 대출자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B은행 대출계 직원 이모씨(35)는 “연체가 두달이 넘는 대출자의 경우 대출자 모르게 대출자의 건물 등기부등본을 직접 열람해보는 등 재산보유 상황을 은밀히 조사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대출계 직원이 고유의 업무보다는 흥신소에 가까운 일에 매달리게 되자 그동안 최고의 업무분야로 인식되던 대출계의 인기도 급락하고 있다. 대출계와 함께 은행 직원 사이에 3대 선호분야로 꼽히던 외환과 당좌업무도 달러부족과 기업의 연쇄부도 사태로 대출계와 함께 은행내 ‘3D부서’로 전락했다. 〈이현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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