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맞아 아버지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아현터널에서 일하다 뜻밖의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호루라기 소년」(본보 8월4일자 보도) 변지민(卞志旻·13·천호중 2년)군.
사고 당시 각계에서 1천5백만여원의 성금을 보내준데 큰 힘을 얻은 지민군은 이제 두명의 여고생 누나와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소년 가장」이다.
지민군은 겨울방학을 이용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보려고 이곳저곳을 다녔지만 꽁꽁 얼어붙은 경기탓에 일자리를 얻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지민군의 어머니 이병섭(李炳燮·41)씨는 열심히 살아가는 지민군을 바라볼 때마다 대견하기만 하다.
『지민이가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최근에는 떨어진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모든 것이 어른스러워졌어요』
며칠 전부터 지민군은 서울 강동우체국에서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학교활동의 연속이기도 하지만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키우기 위해 가장 힘든 우편물 분류작업을 자원했다.
지민군은 새해가 오면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기 위해 편의점과 주유소를 찾아 다녀야 한다. 하지만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힘차게 호루라기를 불어줄 것으로 믿기 때문에 늘 밝은 얼굴로 지낸다.
〈박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