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근로자 한국어 말하기 대회 열려

  • 입력 1997년 11월 30일 19시 50분


『처음에는 신김치 냄새를 맡고 토하기도 했지만…. 월급도 안주면서 자꾸 욕만 해대는 공장 작업반장이 제일 무섭습니다』 외국인근로자 한국어말하기 대회가 열린 30일 건국대 상허기념도서관. 방글라데시인 압둘 한난(28·D전기공장 근무)이 3년 동안 한국에서 일하면서 겪은 자신의 경험을 생생하게 털어놓았다. 『철가루가 날려 눈도 잘 보이지 않고, 목에서 피도 나고…. 이런 건 다 참을 수 있어요. 하지만 항상 내 뒤에 서서 「빨리빨리」하며 때리고 쇳조각을 마구 던지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내가 한국사람들에 비해 추위를 많이 타기 때문인가요』 필리핀 산타 토마스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아니타 라모스(42·여)는 자녀를 본국에 남겨둔 채 3년 전 남편과 함께 입국한 세탁공장 근로자. 『남편이 있는 옆에서 공장장이 내게 물건을 집어던지며 「가난뱅이 외국인」이라고 욕할 때는 정말 괴로워요. 한국도 요즘 경제가 잘못돼 간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누가 내일을 장담할 수 있습니까. 한국인도 잘못하면 아침부터 밤까지 다림질만 해야 하는 경우를 당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대회가 끝날 무렵 사회교육원 오성삼(吳聖三)교수는 대회에 불참한 방글라데시인 샤히눌 이슬람(30)의 원고를 대신 읽었다. 샤히눌은 지난달 24일 불법체류자로 검거돼 교도소에 수감중이다. 『어려운 일, 더러운 일 마다 안했습니다. 하지만 6개월째 월급도 못받고…. 봉급을 달라고 하면 사장님은 「너희들은 불법체류자야, 알아」하며 소리치고. 우리 모두 같은 아시아 사람인데 마음에는 국경이 없는 것 아닌가요』 〈이승재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