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간첩 실수담]『생리대 몰라 아기기저귀 구입』

  • 입력 1997년 11월 28일 07시 45분


남파간첩 최정남(35)과 강연정(28·여)부부는 국내에 침투한 뒤 슈퍼마켓에서 아기 기저귀를 생리대로 착각해 구입하는 등 남한실정을 몰라 실수를 연발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가안전기획부는 27일 최정남 부부의 실수담 등 부부간첩사건 수사 뒷얘기를 공개했다. 안기부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8월 2일 거제도 해안을 통해 남한으로 침투한 뒤 드보크(무인 포스트)를 설치하기 위해 마금산으로 갔다가 마금산 온천앞 슈퍼마켓에서 아기 기저귀를 생리대로 알고 구입했다. 이들은 이같은 실수를 수상히 여긴 사람들이 신고할 것을 우려해 드보크 설치계획을 취소하고 급히 경주로 이동했다는 것. 최정남은 10월 22일 남한내 주요 지형지물을 익히기 위해 서울 여의도에 갔다가 식당에서 점심을 먹던 중 모밀국수 먹는 법을 몰라 간장소스를 국수에 붓는 바람에 소스가 넘쳐 바지를 버린 일도 있었다고 안기부는 전했다. 안기부는 이들이 북한에서 남한출신 교관들한테서 이남화(以南化)교육을 받았지만 남한 말투에 자신이 없어 식당에 가서도 대화는 하지 않고 서로 멀뚱멀뚱 쳐다본 적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8월 중순에는 최정남이 식당에서 여주인에게 말을 걸었다가 『젊은 사람이 말투가 이상하다』는 면박을 받자 강연정이 최를 급히 밖으로 데리고 나와 질책한 적이 있다는 것. 이들 부부는 공작술도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0월 27일 울산시 K호텔에서 재야인사 정모씨를 만나면서 한명은 밖에서 엄호를 했어야 하는데 이같은 공작원칙을 무시하고 『운에 맡기자』며 함께 커피숍에 들어갔다가 모두 검거됐다. 한편 강연정이 자살에 이용한 독약앰풀은 이전의 것과는 달리 입속에서 깨물기만 하면 바로 즉사할 정도의 고성능으로, 북한은 이를 처음개발한 사람이 성능시험을 하다 사망하자 영웅칭호를 부여했다고 안기부는 밝혔다. 〈이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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