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교수 영장기각]「통일교재」 이적성 논란 가열

  • 입력 1997년 11월 27일 20시 04분


검찰이 「나는야 통일 1세대」의 저자인 한국외국어대 이장희(李長熙·법학과)교수에 대해 국가보안법위반(이적표현물 제작 및 반포)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 의해 기각된 것과 관련, 무리한 영장청구였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서울지법 영장전담 홍중표(洪仲杓)판사는 『책의 논조가 북한을 찬양하기보다는 북한실상을 비판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이적성 여부를 단정하기 힘들다』고 전제한 뒤 『검찰수사로 증거가 확보됐고 도주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법조계 인사들은 『책 내용에 일부 오해를 살 만한 구절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교수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청구할 만큼 문제가 있는 책은 아닌 것 같다』며 『검찰이 전체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나머지 판단력에 다소 균형을 잃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검찰은 법원의 영장기각 결정에 불복해 이 책의 이적성을 증명하기 위한 보강조사를 거쳐 수일내에 영장을 재청구키로 하는 등 강경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 책은 천재교육출판사가 이교수에게 의뢰해 아동용 통일교재로 95년 출판한 책으로 △어린이들이 쓴 북한과 통일에 관한 글 △어린이들의 글에 대한 전문가로서 이교수의 평 △주제별로 모아놓은 북한이야기 등 세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영장을 청구한 검찰공안관계자는 『이 책은 어린이에게 성교육을 한다면서 포르노를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을 소개한다는 명목으로 어린이에게 적당하지 않은 내용을 포함시켰다』며 법원의 영장기각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이 특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부분은 공산주의는 평등을, 자본주의는 자유를 보장하는 제도라는 식으로 설명하거나 「김일성장군의 노래」를 그대로 소개한 부분. 이에 대해 이교수의 변호인인 안상운(安相云)변호사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설명부분도 자본주의 체제의 필연적인 우월성을 설명하면서 앞부분에 일반적인 특징만 짤막하게 설명했을 뿐』이라며 『검찰이 이처럼 말꼬리만 잡아서 침소봉대(針小棒大)해서는 안된다』고 반박했다. 〈공종식·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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