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복교수 36년간 고정간첩…남파 부부간첩 검거로 확인

  • 입력 1997년 11월 20일 20시 24분


고영복 서울대명예교수
고영복 서울대명예교수
국가안전기획부는 20일 사회학계 원로인 서울대 명예교수 고영복(高永復·69)이 61년 북한에 포섭돼 36년 동안 고정간첩활동을 해온 사실을 적발, 고교수를 간첩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발표했다. 안기부는 북한의 지령에 따라 유사시 국가기간동맥을 마비시키기 위해 철도와 지하철 등 국가기간 시설에 침투, 고정간첩으로 암약해온 혐의로 서울지하철공사 동작설비분소장 심정웅(沈政雄·55)과 심의 6촌 동생 심재훈(沈載勳·54) 숙모 김유순(金有順·55) 등 3명도 구속송치했다. 안기부는 심정웅의 친동생 심재만(沈載滿·51·인창정밀 대표) 6촌형 심재천(沈載天·61·농업)씨 등 2명은 불고지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안기부는 이날 북한 사회문화부 소속 남파간첩 최정남(35) 강연정(28·여)부부를 검거, 이들을 조사한 결과 이같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부부간첩은 7월30일 평남 남포항에서 어선으로 위장한 공작선을 타고 서해 공해상을 통해 남하, 8월2일 거제도 해안으로 헤엄쳐서 상륙한 뒤 10월27일 전국연합 산하 울산연합 소속 정모씨(35)를 만나는 현장에서 검거됐다. 강연정은 검거 다음날 아침 신체의 은밀한 부분에 숨겨둔 독약앰풀로 음독자살을 기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부부간첩은 △고정간첩 고영복과 심정웅 일가에 대한 지도검열 △고영복을 통해 같은 대학 사회학과 김모교수(60)포섭 △새로운 공작대상자 포섭 등의 임무를 띠고 남파됐다고 안기부는 밝혔다. 안기부에 따르면 고영복은 61년9월 이화여대 강사 재직 당시 재북삼촌 고정옥의 소식을 전달하며 접근한 남파공작원에게 포섭된 뒤 지금까지 고정간첩활동을 해왔다. 또 심정웅은 58년9월과 66년 월북, 간첩교육을 받은 뒤 89년5월 남파간첩 김낙효와 11차례 접선하면서 동창들과 지하철공사 직원들로 구성된 친목회 회원 명단을 보고하는 등 39년 동안 고첩활동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안기부는 이번 간첩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내용을 근거로 관련 혐의자 2백여명에 대해 참고인 조사와 동향 내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기부 관계자는 『대남 공작원들이 최근에 대담하게 자신들의 신분을 밝히고 활동하는 추세로 볼 때 이들과 접촉한 인사가 있다면 상당수는 국가보안법상의 불고지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기대·이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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