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교수 간첩사건]지도층인사 조직적 포섭 기도『충격』

  • 입력 1997년 11월 20일 20시 24분


안기부가 20일 발표한 부부간첩 사건은 명문대 원로교수가 36년간 보수 우익교수로 위장, 고정간첩으로 암약해온데다 북한과 연계된 간첩망이 지하철 철도 등 국가기간시설에 침투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적이다. 또 북한이 최근 신분이 확실한 남한내 지도층 및 엘리트 인사들을 대거 포섭, 조직화를 기도하고 있으며 다수의 고정간첩이 우리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암약중인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대북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북한은 남한의 공개된 정보자료를 이용해 1천5백여명의 포섭 대상자를 선별, 개인별 신원분석을 마치고 차례로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게 안기부의 설명이다. 이미 밝혀진 이병설 안재구 박창희 무하마드 깐수 등 일련의 교수간첩사건과 92년 적발된 전민중당 대표 김낙중(金洛中)간첩사건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 사건 발생 직후 다른 고정간첩이 고영복에게 『상황이 위급하니 베이징(北京)으로 급히 피신해 북한대사관으로 들어가라』고 연락한 점이나 고영복이 『나의 제자중 절반은 자생적 사회주의 사상을 갖고 있으며 학계 정계 등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술한 점도 고정간첩이나 친북인사가 우리사회에 광범위하게 포진해 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북한이 유사시 국가기간시설 마비를 위해 지하철 철도 통신망 등 국내 주요시설에 대해 장기적 조직적으로 지하망 구축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북한의 대남적화공작의 심각성을 보여주었다. 북한이 고정간첩 심정웅을 34년 동안 철도 지하철에서 암약시키면서 유사시 시설파괴를 위해 지하철내의 지하수를 관리하는 「집수정」과 변전소의 배치현황을 보고토록 하고 지하철공사 등에 사조직을 결성토록 한 것도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또한 북한이 특수임무 공작원을 남파시켜 김정일(金正日)의 처 성혜림(成蕙琳)의 조카인 이한영(李韓永)씨를 살해하는 등 보복테러를 자행하고 고교생들까지 납치, 공작원 양성을 위한 교관으로 활용하는 등 북한의 테러와 납치가 사실로 확인돼 충격을 주었다. 북한이 이번에 침투한 간첩 최정남에게 『고영복을 통해 황장엽(전노동당 비서)의 소재지를 파악하라』고 지령한 것도 이러한 보복테러를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간첩이 상시적으로 침투할 정도의 허술한 해안경비상황, 우리사회의 안이한 대북 동정심이나 해이된 안보의식, 안기부의 대공수사능력의 한계 등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양기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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