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모금액수를 1천원으로 한정하고 TV로 자선기금을 모은다면 과연 얼마나 돈이 모일까. 많아봤자 5천만, 6천만원?… 그러나 생각보다 TV는 힘이 세다.
KBS 2TV가 지난달 24일부터 시작한 자선쇼 「사랑의 리퀘스트」(금 밤8.20)는 방송 4번만에 자그마치 5억7천여만원을 모았다.
이 프로는 누구나 단돈 1천원으로 어려운 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십시일반」의 정신을 전파로 실현시키자는 취지에서 나온 생방송 프로그램.
방송에 소개된 사람을 돕겠다는 뜻을 가진 시청자가 자동응답장치(ARS)전화를 통해 자동응답음성이 안내하는 번호를 누르면 한통화에 1천원이 발신자에게 부과된다. 여러 번 눌러도 부과되는 금액은 1천원으로 한정돼 있다.
백혈병에 걸린 여고생의 수술비를 모금한 첫회에 걸려온 전화는 11만6천여통. 1억1천6백만원의 돈이다. 난치병을 앓으면서도 형편이 어려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와 낙도의 초등학교를 돕기 위해 진행된 지난주 방송에서는 1억5천8백여만원이 모였다.
전진국PD는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액수』라며 『후원이나 자선이 보편화되지 않고 그 방법을 찾기도 어려운 현실에서 부담없는 방식이 시청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낸 것같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기부금품 모집규제법에 의해 불우이웃돕기를 위한 모금을 할 경우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 제작진은 이 규정을 뒤늦게 알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후원 대상자를 고르는 작업도 그리 간단치 않다. 보건복지부 산하단체나 학교교사들로부터 주로 추천을 받지만 대상자가 정말 도울만한 처지인가도 가려내야 한다. 이때문에 제작진은 사전답사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21일 소개될 소년가장의 경우 장애인인 아버지와 고모를 부양하기 위해 어린 나이에 개를 사서 키워 파는 「비정한」 방법으로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어 사전답사를 나온 제작진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후원 대상자에게는 수술비 등 꼭 필요한 비용만 지원한다. 나머지 금액은 은행에 적립해둔 뒤 연말에 시각장애인 개안수술 등으로 활용할 계획.
이 프로에서는 후원에 참여한 시청자 3∼4명을 전화로 연결해 스튜디오에 출연한 가수들에게 듣고싶은 노래를 주문받는다. 21일에는 임창정과 이지훈 「녹색지대」 「터보」 「구피」 등이 출연할 예정이며 28일에는 박찬호 선수의 출연을 섭외중이다.
〈김희경기자〉